매서운 칼 바람이 몰아치던 2009년12월. 전라남도 여수 'No.3 HOU'현장에 허명수(56ㆍ사진) GS사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허 사장은 당시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흰색 안전모를 쓰고 회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허 사장은 현장 진행상황을 꼼꼼히 살핀 후 촉매 반응기를 설치하는 기초 작업까지 손수 시범을 보였다. '현장'을 중시하는 허 사장의 경영 철학을 엿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허 사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현장 경영자 중 한 명으로 손 꼽힌다. 지난 한 해 허 사장이 직접 방문한 현장만 총 70여곳.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 GS건설을 함께 만들어 가려는 허 사장의 '열린 경영'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허 사장의 열정과 리더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2008년 12월 GS건설에 취임한 허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자구노력을 시작한다. 그 시작은 GS건설 만의 조직문화 정립. 허 사장은 지난해 임원, 팀장, 현장소장 등 직급별 토론회를 통해 '변화', '최고', '신뢰'의 세가지 핵심가치를 선정했다. '변화'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발현을 선도하려는 의지, '최고'는 항상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려는 다짐, '신뢰'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허 사장의 노력으로 GS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었다. GS건설은 현금흐름이 개선됐고 지난해 경영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한국경영자협회에서 주최하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상'도 2009년 12월 이후 2년 연속 수상했다. 지난해 9월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지수(DJSI World)에 편입되기도 했다. 허 사장은 영업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하다. 허 사장 스스로 늘 '영업 맨'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세일즈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허 사장은 해외 출장 시 영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아랍어 등으로 된 GS건설 홍보 영상과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발주처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이 파트너로부터 강한 신뢰를 얻게 된 주요한 이유다. GS건설 임직원들에게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뜻도 있다. 허 사장의 현장과 영업, 조직가치를 중시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은 무엇일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강조하는 평소 생활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허 사장은 학창시절 때에도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시절 역도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5시 이전에 일어나 출근 전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영자가 되도록 힘쓴다. 스스로 실천하는 노력파인 셈이다. 회사의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쌓은 허 사장의 경영 노하우도 GS건설이 국내 최고의 건설업체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허 사장은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LG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경사무소, LA지사 등을 거치며 국제 감각을 쌓았고 2002년 LG건설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는 재경본부장(CFO),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실전 경영 감각을 익혔다. He is ▦1955년 부산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 ▦LG전자 냉기설계사원 ▦LG전자 LA지사 과장 ▦LG전자 LGENE법인장 상무보 ▦LG건설 재경본부장(CFO·상무) ▦LG건설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GS건설사업 총괄사장
●許사장의 경영 전략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건설업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에도 회사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GS건설의 수주 목표는 지난해보다 약 15% 증가한 16조2,000억원. 전체 수주물량의 5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매출액은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9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45조원에 달하는 풍부한 수주잔고가 매출 성장의 밑거름이다. 허 사장은 새로운 성장체제로의 전환에 나섰다. 신성장 사업 발굴과 육성, 해외 신시장 개척, 인수합병(M&A)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GS건설은 가스, 발전, 환경 등 기존 전략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녹색 성장 사업을 비롯한 미래 사업분야의 상품 확대에 힘쓸 예정이다. 3억달러 규모 캐나다 'Oil Sand Project', 26억 달러 규모의 호주 'Collie Urea Project'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허 사장은 신 사업 담당 조직을 신설해 사업 발굴, 투자, 인수합병을 전담하도록 했다. 각 사업 별로 추진 계획을 구체화하고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허 사장은 GS건설의 장ㆍ단점을 글로벌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GS건설의 장점으로 독자적인 설계조달시공(EPC) 통합 수행체제를 들었다. 시공 위주의 다른 국내 건설업체와는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년 간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노하우, GS건설 만의 프로젝트 관리시스템 등도 EPC 통합 수행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꼽혔다. GS건설은 플랜트, 발전, 환경, 주택, 건축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허 사장은 "다우존스 지속가능 월드 지수에 편입될 수 있었던 것도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의 강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GS건설의 약점으로 해외 토건을 들었다. 장대교량, 초고층 빌딩과 같은 대표상품이나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 그러나 해외 토건 사업도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서 내고 있는 성과를 바탕으로 GS건설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