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병언법' 파렴치 기업인 뿌리뽑는 계기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유병언 전 세모 회장과 청해진해운이 탐욕적인 이익만 추구하다 세월호 참사를 내고 말았다"며 이른바 '유병언법(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파렴치 기업인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 기업은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범죄자 본인의 재산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해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방침이다.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외국처럼 수백년 징역형 등 엄중한 형벌이 부과되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유병언법'의 신속한 통과를 직접 언급한 것은 그동안 파렴치 기업인에 대한 처벌과 재산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 전 세모 회장이 전형적인 사례다. 그는 17년 전 3,000억원에 가까운 부도를 내고 구속됐으나 얼마 안 돼 기업회생절차를 악용, 부채를 탕감받고 헐값에 다시 세모를 사들여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았다. '황제노역'으로 논란을 빚었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국민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힌 범법자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처벌을 내린다. 2012년 좌초한 이탈리아 선박 콩코르디아호 선장에게 검찰이 승객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피한 혐의로 징역 2,696년을 구형한 것이 좋은 예다. 반면 우리나라의 유기징역 상한은 30년(경합범은 최고 50년)이며 실제 선고형량은 15~17년에 불과하다. 남의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을 환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유병언법이 파렴치 기업인을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7월 만들어 성과를 거둔 '전두환법(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의 사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