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王들을 통해 본 바람직한 리더십

■왕은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는가(김기홍 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숙종 집권기는 조선 왕조에서 당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다. 14세에 즉위한 숙종은 즉위 직후부터 서인 정권의 판세를 뒤엎고 남인들을 정국에 등용하는 등 정치적 역량을 보였다. 서인과 남인의 정권 교체와 함께 엄청난 정치 보복이 수반된 경신환국(1680), 기사환국(1689), 갑술환국(1694)은 숙종대의 치열한 정치사를 대변하고 있지만 역사학자들은 숙종이 이들의 정치적 대립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고 해석한다. 삼국시대ㆍ고려ㆍ조선 시대를 전공한 세 명의 역사학자가 각 시대 주요 국왕 20명을 선정, 그들의 정치 의식과 통치 방식을 분석해 들어갔다. 저자는 각 시대마다 제왕의 리더십은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고대 시기 국왕은 하늘의 후손 혹은 부처의 인척이라는 신성한 존재 또는 초인적 능력자로 여겨졌다. 고려의 국왕은 당나라의 천자처럼 황제국 체제의 틀을 수용해 왕권을 신성화했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조선 시대에는 왕권과 신권이 상호 견제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왕으로는 국가의 기틀을 다져 나간 유리왕 고유리, 종교중심적인 사고에다 부족한 현실 인식을 섬세하고 뛰어난 인재 등용과 여성적 리더십을 통해 극복한 선덕여왕 김만덕, 훌륭한 제왕의 자질을 지녔으나 백제를 망국의 길로 이끈 의자왕 등을 고찰함으로써 리더십의 다양한 모습을 살핀다. 고려 시대에는 후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을 그의 스승이기도 한 궁예와 비교하면서 민심을 중시하고 포용력을 갖춘 왕건이 최종 승자가 되는 과정을 살피고, 성종 왕치는 중국의 제도를 받아들여 ‘고려화’함으로써 왕조의 기틀을 확립한 점에 주목한다. 조선 시대에는 권력의 일원화를 위해 냉혹한 정치를 펼친 태종 이방원과 소통 정치의 진정한 모습을 보인 세종 이도, 탕평 정치를 펼침으로써 조선 왕조의 부흥을 이끈 영조 이금, 문예 중흥과 화성 건설을 이끌었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후 세도정치를 출현시킨 정조 이산을 통해 성공한 왕의 실패한 리더십과 실패한 왕의 성공한 리더십을 함께 다룬다. 저자들은 “현재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그 혜택을 어느 세대보다 잘 누리고 있지만 그에 맞는 덕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리더십의 부재를 극복하고 미래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리더십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출간 취지를 설명했다. 한반도의 흥망을 이끌었던 20인의 왕을 통해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에 진정한 리더십의 전형을 고찰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만 3,0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