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베이스 유니티의 장애인 직원들은 비장애인 직원들과 구별없이 같은 공간에서 전화 상담 업무와 카드·보험 판매업무 등 동일한 업무를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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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고객관리 아웃소싱 전문업체 ‘유베이스’의 컨택트센터(Contact Center). 약 2,000㎡(600평) 규모의 넓은 사무실에서 300여명의 직원들이 저마다 헤드셋을 끼고 고객들과 전화 상담을 하느라 분주했다. 한 인터넷쇼핑몰의 콜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부서에서 이달 초부터 일하고 있는 손호성(38)씨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지난 2001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손씨는 이후 변변한 직장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손씨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쉬운 업무부터 배우고 있는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할 만하다”면서 “다음 달에 첫 월급을 받게 되면 부모님께 드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내년부터 국가ㆍ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의무가 2%에서 3%로 상향 조정되는 등 장애인에 대한 고용확대 정책이 대폭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찾은 이곳 컨택트센터에는 손씨와 같은 중증 장애인을 포함해 40명가량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컨텍트센터에서 대고객 전화상담을 하거나 보험ㆍ카드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올해 새로 고용됐다.
유베이스는 7월 자회사 ㈜유베이스 유니티를 새로 설립했다. 유베이스 유니티에는 총 26명의 장애인이 근무할 예정이며 이 중 절반가량이 1~3급 이상의 중증 장애인으로 채워진다.
장태두 이 회사 인재개발팀장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이 2%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많은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면서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고용의무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장애인이 총 근로자수의 30% 이상, 장애인 중 중증장애인 비중 50% 이상)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 또는 운영할 경우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는 제도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설립 투자비를 지원 받는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으로 모기업인 유베이스는 장애인 고용률이 0.86%에서 2.03%로 크게 올라가게 된다.
장 팀장은 “직장생활에 대한 장애인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르기 때문에 매우 성실하고 업무성과도 좋다”고 귀띔했다.
신용카드 발급업무를 맡고 있는 이계덕(49ㆍ지체5급)씨는 탁월한 발급실적으로 입사한 지 넉 달도 안 돼 팀 내 고과 1위에 올랐다. 이씨는 “나이가 많고 장애도 있어 취업하기 어려웠는데 일하는 즐거움과 돈 버는 재미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베이스 유니티는 조만간 중증 시각장애인 4명을 헬스키퍼(health keeper)로 채용,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중증 장애인 고용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민간기업(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은 지난해 1.32%에서 1.51%로 장애인 고용률이 증가했지만 중증 장애인 비율은 18.9%에서 18.5%로 오히려 감소했다.
김영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기업참여사업장 추진팀장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확대를 통해 민간기업들의 중증 장애인 고용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현재 설립이 완료된 3곳 외에 앞으로 3년 내 3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란
㈜유베이스 유니티의 장애인 직원들은 비장애인 직원들과 구별없이 같은 공간에서 전화 상담 업무와 카드·보험 판매업무 등 동일한 업무를 맡고 있다.
고용의무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장애인이 총 근로자수의 30% 이상, 장애인 중 중증장애인 비중 50% 이상)을갖춘 자회사를 설립 또는 운영할 경우 자회사에서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는 제도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설립 투자비를 지원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