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논의 불가피론'이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2월9일 이후부터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협상 국면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김 대표는 상당히 구체적인 개헌 구상까지 작심하고 드러내 주목된다.
'연정'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면서 직선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뽑힌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모델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는 최근 '개헌 블랙홀론'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분명히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사실상 정면 배치된다.
특히 여야 개헌모임 의원들이 제기하던 개헌론에 집권 여당의 '얼굴'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며 적어도 국회 안에서는 개헌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미 개헌모임에는 개헌안 발의요건인 재적의원의 과반이 참여한 상태다.
집권 여당 대표가 여권의 '정신적 지주'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소신 발언'을 한 것 역시 심상치 않다. 한동안 여러 측면에서 정치적 파장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김 대표가 굳이 박 대통령의 부재중에 개헌을 언급한 점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고 있다.
아직 박 대통령의 직접 반응은 나오지 않았으나 청와대와 친박 주류 측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등 주요 포스트에서 비주류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자 개헌론을 고리로 본격적인 '친박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범친박계 일각에서는 아직 집권 2년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상기류가 발견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에 실제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다.
청와대는 일단 공식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 친박 의원은 "얼마 전까지도 지금은 개헌시기가 아닌 것처럼 얘기하던 김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면서 "헤게모니를 쥐려고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