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첫 국정감사 결산
폭로전·정치공세에 정책감사 실종
16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7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역대 최고 출석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과거 국감보다 현장 감사와 실사가 많았고 시민단체의 국감현장 방청도 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감기간에 터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여야가 정치공세와 폭로성 질의 등으로 소모전을 펼쳐 결국 정책감사를 벌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의원들의 전문성 결여에 따라 알맹이 없는 재탕질의, 증인 윽박지르기, 동료의원간 욕석 등 구태 역시 여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역대 최고 출석률=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성실도를 평가하는 잣대인 출석률은 역대 최고인 95%(6일까지의 잠정치)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90.4%보다 높고 역대 평균 85%를 넘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이처럼 높은 출석률 속에서도 상임위원회별로 보면 국방위의 출석률은 75.5%에 그치기도 했다.
출석률 뿐만 아니라 국감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6일 동방사건 핵심인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참석시켜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된 정무위의 동방사건 증인신문처럼 자정을 넘겨서까지 감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의원들의 정책연구자료집도 여느 국감 때보다 많았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 등 국회가상정보가치연구회 소속 여야 29명의 의원과 법률소비자연맹 등 NGO가 `뉴밀레니엄국정감사팀'을 구성, 공동으로 400여쪽의 정책연구자료집을 내기도 했다.
국회 건설교통위의 인천국제공항 부실의혹 현장 감사, 농림해양수산위의 인천 남항부두 앞 수산물 보관창고 시찰 등 현장 감사 및 시찰도 두드러져 의원들이 국정감사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이와 함께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국방ㆍ정보위원회를 제외하고 시민단체 방청 허가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비공개할 경우 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국감 모니터도 보다 활성화되기도 했다.
◇정책감사 실종=올해 국감은 몇가지 수확에도 불구하고 정책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국감 기간에 동방사건이 불거져 여야가 이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정치쟁점화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법제사법위에서 동방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여권실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동방사건에 개입했다는 항간의 의혹을 제기, 민주당과 불꽃튀는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에서는 지난 2일부터 감사가 중단됐으며 여야 대립에 따른 정회가 5차례나 발생했다.
건교위에선 한나라당 권기술 의원과 민주당 송영진 의원이 시정 패거리나 다름 없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삿대질을 주고 받아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듦으로써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국회윤리위원장인 건교위 소속 자민련 송광호 의원은 증인에게 “서울대 출신으로 이이큐(IQ)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며 반말로 윽박질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근거 없는 정치공세나 흑색선전, 자료 부풀리기, 증인에 대한 호통,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등 매년 국감에서 되풀이 되는 구태도 이번 국감에서 여전했다.
2000국감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올해 국감에 대해 “의원들의 참여열기나 성실성은 상당히 높아졌으나 전문성 부족에 따른 문제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며 “국감이 일과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책임추궁과 함께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입력시간 2000/11/07 19:36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