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지명자가 물가상승 목표 2% 달성을 위해 "금융완화의 구체적인 조치를 조기에 심의해 결정하고 싶다"고 11일 밝혔다.
그는 이날 참의원(상원) 운영위원회에서 행한 질의응답에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대담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는 내년으로 예정된 '무기한 금융완화 방식' 도입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규모도 대폭으로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19일 구로다가 곧바로 총재로 취임하면 다음달 3∼4일 열릴 정례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구로다는 4월 정례회의 이전에 임시회의를 개최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속도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파생상품도 매입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스와프 매입의 장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도 "조심스럽게 그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이 리스크를 안고 있는 파생상품을 매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나라의 화폐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이 파생상품 투자실패로 손실을 볼 경우 파급력이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로다의 이번 발언이 물가상승률을 2년 안에 2%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레토릭(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정책방향이라기보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HSBC의 이즈미 드발리에 이코노미스트도 "위험자산의 양을 늘리면 그만큼 은행자본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어떤 종류가 됐든 파생상품 매입규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구로다는 물가 2% 상승목표를 위해 정부도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와 함께 정부의 대처도 기대하고 싶다"며 "정부의 실수요 창출에 따른 소비와 투자 확대로 임금ㆍ고용상황이 개선되면 물가가 오르는 선순환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일본의 핵심 기계수주가 2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내각부는 1월 선박과 전력을 제외한 기계수주의 계절 조정치가 전월 대비 13.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시장 전망치인 2% 감소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며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전문가와 정부 관료들은 이번 수치 하락을 일시적이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아직도 투자에 조심스럽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