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한민국의 경쟁력

“연간 1,500만달러 규모의 생필품을 수입해가던 일본의 한 백엔샵 업체가 최근 공급처를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환율하락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비명을 지를 힘도 없는데 정부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기자가 지난주에 만난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하락, 즉 원화값 상승으로 인한 중소 수출업체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이미 원ㆍ달러 환율은 환란 이후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다. 지난 200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은 23.3%, 원엔환율은 30.1%나 하락했다.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원ㆍ달러 환율 탓에 수출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적자 수출’을 감내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 기준을 달러당 920원으로 했을 때 대기업의 45.5%, 중소기업의 51.6%가 마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환율이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무역협회는 올 들어 벌써 세차례나 정부를 향해 환율안정 대안책을 건의했다. 그 내용 가운데는 단기 외화차입금 축소라든가 해외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대외차관을 조기 상환해 달러를 줄이자는 대안까지 내놓았다. 묘안은 있는 대로 다 쥐어짜 내놓은 듯한 모습이다. 정부 당국도 이 같은 방안을 환율 정책에 반영해 보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달러 약세를 잡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손을 털어야 하나. 전문가들은 ‘마지막 한수’가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M&A 활성화를 위한 금융사들의 운신 폭을 넓혀주자는 주장이다. 환율방어 차원의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외환보유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동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코리안 달러’의 위력도 떨치고 더불어 수출기업들의 대외 경쟁력도 되살리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를 모색해볼 시점이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앞으로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경청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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