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
수년의 제작기간과 수 십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돼 관심을 끌었던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올해 대거 개봉하는 것. 오는 4월 126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외국 애니메이션 업체와 공동제작 등으로 화제를 뿌렸던 `원더풀데이즈`가 베일을 벗는 것을 시작으로 `오세암`, `오디션`등 극장용 대작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던 국산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가 예상외로 흥행에 실패하자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창작의지가 위축됐다. 상황이 이러하자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보다 유통,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국산 애니메이션의 참패와는 반대로 지난해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순위 1위, 전체 영화흥행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아이스 에이지` 역시 3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흥행순위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좋은` 시나리오와 `품질`을 갖춘 애니메이션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 같은 경험을 교훈 삼아 탄탄한 시나리오, 고품질 그림, 적극적인 배급망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 등을 내세워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어떤 작품이 개봉하나 = 올해 개봉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틴하우스가 제작하는`원더풀데이즈`.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이 작품은 2142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애니메이션이다. 오염된 세상에서 유일한 청정지역에서 사는 기득권층과 이곳에서 쫓겨난 난민들이 벌이는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주제로 다뤘다. 특히 2차원, 3차원 그래픽기술과 미니어처, 실사까지 더해져 풍부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동화작가 고 정채봉씨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오세암`(마고21)도 눈길을 끈다.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겨보는 것이 소원인 고아소년 길손이와 그의 앞 못 보는 누이 감이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수채화 같은 그림으로 표현했다. `오디션`(라스코엔터테인먼트)은 스타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렸고, `해머보이 망치`(캐릭터플랜)는 인기만화가 허영만씨의 80년대 출판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한 것으로 KTB네트워크로부터 12억원을 투자받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지구를 침공한 미지의 행성(엘리시움)인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의 3차원 애니메이션 `엘리시움`(빅필름)이 7월 개봉 예정이고, 미국 펠릭스사와 공동제작 중인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스퀴시즈`(루크필름)도 같은 달 선보일 예정이다.
◇흥행에는 성공할까 = 사실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들이 정말 올해 안에 개봉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문제다. 수 십억원의 제작비가 투여 되고 수년의 제작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방대한 작업인 만큼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 실제로 올해 개봉될 예정인 애니메이션들 중 `원더풀데이즈`, `오세암` 등은 지난해 개봉될 계획이었지만 자금조달, 후반작업 지연 등의 문제로 올해로 개봉이 연기된 작품이다.
빈약한 국내 시장여건도 흥행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각 작품의 배급사들은 100여 개의 개봉관 확보를 장담하고 있지만 지난해 국산 애니메이션의 흥행참패로 볼 때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아이스에이지` 같은 헐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에 눈높이가 맞춰진 국내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상황이 이러하니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 진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 `원더풀데이즈` 제작사 틴하우스는 이미 지난 99년 대만과 30만 달러의 판권계약을 맺고 미국과 일본 동시개봉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스퀴시즈` 제작사 루크필름 역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공략을 위해 각종 해외 전시회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