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증가 봄기운 감도는데 고용은 '춘래불사춘'

실업자 100만시대 진입
기업 구조조정·비정규직법등 '악재' 대기
실물경기 살아나도 당분간 실업 악화 예상


제조업체에는 봄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지만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치가 발표되지 않았을 뿐 100만 실업자 시대에 이미 진입한 것을 정부 측도 인정한다. 지난 4월 실업급여액은 4,058억원으로 1996년 실업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년 사이 일자리는 무려 20만개나 없어졌고 실업자도 95만2,000명에 달했다. 3월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은 제조업의 일자리가 경기악화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는 무려 18만6,000명이나 줄었다. 대기업들은 인력감축을 자제하고 잡셰어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조업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경기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고용을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확산지수 등 실물경제의 선행지표가 개선된다고 해도 바로 고용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기회복이 대기업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지표상으로 생산이 늘어나는 업종이 전체 업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의 장치산업과 첨단 IT산업 등 고용효과가 작은 업종이고 정작 고용효과가 높은 금속가공ㆍ기계 등의 중소기업의 주 업종은 여전히 생산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규 취업인력이 줄어들며 청년층의 실업은 개선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을 비웃듯 심각한 수준이다. 3월 만 15세 이상~29세 미만 청년층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이나 늘었으며 실업률은 8.8%로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고용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실업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악재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5월 부실의 현재화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직자를 만들 수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강한 만큼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인력감축에 나서게 될 것이고 감축된 인력은 고스란히 실업자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4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비정규직법도 고용시장의 악재 중 하나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오는 6월 국회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의 대규모 해고도 불가피하다. 고용시장의 찬바람에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추진했던 일자리 창출계획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리저리 잘리며 3분의1이 줄었다. 예산이 줄면서 일자리도 55만개 목표에서 39만개로 감소했다. 16만개의 일자리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라진 셈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비정규직 해고 가능성 등으로 실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물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여도 고용지표는 상당 기간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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