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27일] 외부감사 대상 기준 다양화해야

정부가 기업규제 완화 차원에서 외부감사 대상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가 외부감사를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100억원 이상 기업에만 의무를 지운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말 1만8,074개 회사가 대상이었으나 관련법과 시행령이 개정되면 그 가운데 3,600여개 중소기업이 회계감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대상 자산규모 기준이 지난 1998년에 만들어진 만큼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비상장 기업의 과도한 회계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투명성이 중요한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는 추세임에 비춰볼 때 외부감사 대상 축소를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않다. 우선 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선진국의 외부감사 대상 기준 규모가 모두 우리나라의 현행 70억원보다 낮다. 영국 57억원, 독일 64억원, 일본 57억원, 싱가포르 38억원으로 그 이상의 자산규모 기업은 모두 외부감사 의무 대상이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나 합자ㆍ합명회사와 달리 주주나 채권자에 대해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의 경우 도산하면 투자자 등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은행 부실과 정부의 구제금융지원에 따른 국민부담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감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요컨대 외부감사는 규제가 아니라 투자자나 채권자ㆍ신용평가기관 등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도 대상을 축소하면 실익이 없다는 게 비판론자의 견해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회계감사라는 범퍼가 필요한 셈이다. 한편 외부감사 대상 기준을 왜 자산규모로만 결정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해관계인이 많거나 공익성 기업 등 기업 특성을 감안해 대상 기업이 선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일률적인 자산규모뿐 아니라 부채총액, 매출액, 주주나 종업원 수 등도 대상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외부감사 대상 기준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대상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감사보수에 대해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한다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도모하고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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