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유산 소송' 조정으로 마무리 되나

■ 이맹희씨, 이건희 회장에 화해 손짓
건강 악화·이재현 회장 구속에
이씨측 소송 의지 약화된 듯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전달"
실제 조정으로 끝날지는 미지수

삼성가 유산소송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씨가 처음 공개적으로 조정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정다툼이 조정을 통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선 1심부터 강공 모드를 펼쳐왔던 이씨 측은 1심 패소 이후 '이건희 회장 측에 화해를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항소장을 냈었다. 다만 4조원대였던 소송가액을 1,000억원대로 줄였었다. 2심 재판부가 재판 초기부터 양측에 화해 권고를 했지만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씨 측이 승소에 대한 의지를 접지 않았다는 분석을 가능케 했던 대목이다. 그러나 이씨는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갑작스럽게 조정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씨의 화해 의사 표명 이유로 이씨의 건강 악화를 꼽고 있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이씨는 일본 현지에서 암이 부신으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고 이달 들어서만 방사선 치료를 네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으로 심신이 약해지면서 소송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씨의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것도 이씨의 소송 의지를 약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소송 자체의 성격이 집안 싸움인 점에 비춰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점과 1심 패소 등 여러 요인들이 이씨의 화해 의사 표명 이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와 산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일단 소송의 성격은 집안 다툼이지만 이씨 측이 청구하고 있는 주식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 삼성 측이 '어느 선에서 일정 정도를 주고 끝낸다'는 식의 결론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2월 소송이 처음 제기된 후 이씨와 이 회장 간의 장외 설전까지 이어지면서 양측의 감정이 상했다는 점도 요인이다.

이건희 회장의 변호인인 윤재윤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이씨 측이) 갑작스럽게 화해 얘기를 꺼냈다. 돌발적이었다"며 "재판 초기 재판부의 화해 권고를 이씨 측이 물리쳤기 때문에 (조정은) 끝난 얘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법정에서 밝힌 대로 이 회장에게 조정에 대한 내용을 전달은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측도 이날 "'이 재판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정통성에 관한 문제'라는 변호인의 말이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가 계속해서 양측에 화해·조정을 권고하고 있는 점, 지속되는 집안 다툼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등 때문에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소송이 조정으로 마무리되느냐 아니냐는 이건희 회장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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