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버튼 두바이行' 美경제계 시끌

기업들 엑소더스 가속화로 재정적자 심화 우려
일부 "세금회피·특혜의혹등 청문회 열어야" 주장


미국 2위 석유 서비스기업이자 군수업체인 핼리버튼의 두바이 이전 발표 여파가 미 정계와 경제계를 흔들고 있다. 마켓워치는 13일(현지시간) 핼리버튼이 두바이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계기로 법인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결국 미국의 무역ㆍ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미국 달러도 추가로 약세를 보이게 돼 미국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데일리 FX의 캐시 리엔 수석 전략가는 "핼리버튼의 결정은 주주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미국 경제에는 해가 된다"며 "특히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부실로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빠져 나갈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RBC캐피털 마켓츠의 데이비드 워트 수석 전략가는 "앞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미국을 대거 떠난다면 미국 정부가 불어나는 적자를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핼리버튼이 지난 11일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본사 이전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지만, 가장 큰 이유가 과도한 법인세 부담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2006년 미국의 법인세율은 39.3%에 달하지만 두바이는 법인세나 소득세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핼리버튼의 지난해 수익 중 49.8%는 북미 지역에서 나온 반면 중동ㆍ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익 비중은 16.9%에 불과했다. 미 조지메이슨대학의 테런스 코르배트 국제 세법 교수는 "핼리버튼이 두바이로 본사를 옮기는 것에는 세금 회피 목적도 있다"며 "두바이에서 얻는 법인세 감면 혜택으로 인해 핼리버튼은 성장을 위한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정치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이참에 세금 회피나 특혜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힐러리 클리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핼리버튼과 같이 특혜를 많이 입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겠다고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핼리버튼이 정부와 계약을 맺을 때 부정 행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미국 군인과 세금 당국을 속인 수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바이런 도건 사우스다코다주 상원의원은 "상원에서 핼리버튼의 두바이 이전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바 있는 핼리버튼은 지난 해 사상 최대인 23억달러의 이익을 올렸지만, 이라크 군납 관련 비리와 특혜 시비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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