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불공정거래 집단신고제 추진

정부가 집단신고제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청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보다 실질적인 제재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오랜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실제 부당한 피해사례를 대중에 공표하거나 이를 지수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이 보복을 받지 않도록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시장에 알려 자발적인 공정거래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호민관실은 이를 위해 ‘불공정거래 예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대ㆍ중소기업간에 불공정 거래가 만연해 있지만 중소기업은 거래중단 등 사후피해가 두려워 사실상 공정위에 신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공정위가 불공정 사례를 무기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기명 신고와 동일하게 간주해 판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접수된 사례가 업종별, 기업별로 공표될 경우 대기업은 자신들의 불공정사례를 시장에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행여부를 놓고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호민관실은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지수를 만들어 개별 기업별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표는 보복금지와 영업비밀 유지여부, 발주시스템 등 7개 분야로 구성되며 대기업이 각각의 항목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지표는 연단위 등 정기적으로 평가해 기업별 결과를 민간에 공개된다. 호민관실 관계자는 “규제나 의무부과 등 법적 강제가 어려운 거래에 대해서는 비법률적 공정거래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며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업계는 그동안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대기업의 명단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시장경제 기조를 뒤흔든다는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어왔다. 호민관실은 아울러 납품단가협상 과정에서 개별기업을 대신해 조합 및 협회가 대기업과 협상하고 협력업체에 원가계산서를 요구할 때는 공정위에 신고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정거래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이자 시장을 보완하는 보이는 손”이라며 “중소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생태계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의 기본단위가 되는 일종의 공공재”라며 “생태계 전체의 파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약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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