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신세계 열린다] <2> 사물통신으로 스마트한 건강관리

휴대용 진단기로 생체신호 측정… 맞춤형 의료시대 활짝
스마트 헬스케어시장 고속성장… 2015년 340억달러 규모 예상
바이오센서 등 기술력 갖췄지만 국내선 원격진단·진료 허용안해
의료·건강관리법 등 개정 시급

SK텔레콤은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병원 의료 서비스를 연계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헬스온(Health-On)’을 상용화했다. 헬스온 서비스 가입자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 직장인 김모(45)씨는 5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업무상 잦은 술자리와 담배가 원인이었다.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해보려 했지만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라 쉽지 않았다. 업무에 치여 병원 방문도 힘들었던 김씨는 최근 KT의 큐케어 서비스를 시범 사용한 뒤 확연한 몸의 변화를 체감했다. 그가 매일 아침 공복혈당을 측정하자 자동으로 데이터가 의료기관으로 전송되고 병원에서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교육과 상담을 해주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가 관리가 가능해진 김씨는 얼마 뒤 혈당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의료기술에 스마트기기를 접목한 U(유비쿼터스)헬스케어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센서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다 웨어러블 기기(입는 컴퓨터)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 환경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U헬스케어 패러다임도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로 전환되면서 ICT 융합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추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U헬스케어 세계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 3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2015년까지 전국민의 20%가 U헬스케어를 이용할 경우 최소 2조3,000억원의 매출과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U헬스케어 서비스가 일상화되면 휴대용 진단기기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과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활동량을 측정하는 기기뿐만 아니라 심장박동과 심박 변이도를 측정해주는 웨어러블 기기도 등장했다. 허트매스의 엠웨이브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박변이를 측정해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며 미국 코벤티스의 픽스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심장부위에 무선센서가 내장된 밴드를 부착하면 실시간으로 심박수와 체온, 호흡 속도 등을 체크해준다. 만약 이상이 있을 시 환자 정보가 바로 의사에게 전달돼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을 줄일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인 IMS리서치는 오는 2016년까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약 6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1,400만대 팔렸던 웨어러블 기기가 2016년에는 1억7,000만대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ETRI가 사지마비 환자를 위해 머리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목의 근전도를 활용한 휠체어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김봉규 ETRI 책임연구원은 "옷ㆍ반지ㆍ신발ㆍ향수 등 모든 사물이 웨어러블 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 앱과 블루투스로 연동되기 때문에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체신호 데이터들이 쌓여 각각의 병원의 진료기록과 합쳐지면 개인 맞춤형 의료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된다. 백승수 헬스커넥트 이사는 "환자의 진료기록이 각 병원별로 공유되지 않고 단절된 것 자체가 큰 장애물"이라며 "각 병원의 환자 진료기록을 합치고 여기에 U헬스케어 서비스로 측정한 환자의 일상적인 생체신호 데이터도 통합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과 환자의 편익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GE헬스케어코리아는 인천 송도에서 운영 중인 연구개발(R&D)센터를 통해 진료기록과 각종 영상정보를 병원별로 공유하고 누적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예방과 치료법까지 자동으로 제시하는 IT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U헬스케어 시장이 꽃 피우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원격진료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400만달러 규모였던 전세계 원격의료시장은 6년 뒤 9,080만달러 규모로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체 세계 시장에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1,300만달러로 가장 앞서고 있으며 일본이 1,200만달러로 뒤를 잇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만달러로 전체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석원 전자부품연구원(KETI) 책임연구원은 "바이오센서, 신호 디지털화 등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지만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등의 U헬스케어 관련 법적ㆍ제도적 제한 때문에 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U헬스케어를 활용한 예방 및 관리는 가능하지만 진단 및 진료는 불가하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스코와 인텔ㆍMS 등 기업들이 실시간 원격진료 시장에 진입했으며 일본 역시 정부 주도하에 실시간 원격 진료의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다. U헬스케어 솔루션에 영상장치 등을 제공하는 폴리콤의 신대준 한국지사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원격의료를 도입해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학기술 연구에 활발히 활용 중"이라며 "만성질환자나 도서 산간지역의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의료법과 건강관리법을 개정해 원격진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수년째 원격진료와 건강관리가 가능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등 의료 단체의 반대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혈당 측정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수출할 때 국내 판매 실적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U헬스케어의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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