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배당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중시 경영`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해 증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꾸준히 늘어나 사상최대 수준인 42% 안팎까지 확대되면서 이들의 입김(?)이 거세진 것이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정부가 시가배당제도를 도입하고 고배당을 유인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것도 배당금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 같은 배당금 증가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지난 70년대이후 처음 40%대로 올라서 고배당정책이 주주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급격한 배당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장기업들이 지나치게 외국인투자자를 의식해 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배당률을 높임으로써 재투자 여력이 줄고 그 결과 성장잠재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 목소리 커져=배당확대의 `1등 공신`이 외국인이라는 점은 올해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한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보면 쉽게 알 수있다. 올해 배당금 총액을 지난해보다 166.8%나 높여 배당금 증가율 1위를 기록한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49.00%로 투자한도를 100% 채운 상태다. 배당성향을 1년만에 10.80%에서 50.80%로 끌어올린 KT 역시 외국인 지분율 투자한도가 소진된 지 오래다.
실제로 상장사 전체순이익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시가총액 상위 우량 기업의 경우 외국인들의 고배당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귀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ㆍSKㆍ현대차 등 외국인 비중이 높은 우량주는 외국인의 고배당 요구 타깃이 되고 있다”며 “실제로 이들기업군이 배당금 총액 상위종목군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배당고시를 강화해 `시가배당 공시`를 의무화하고 배당지수를 도입하는 등 고배당유도정책을 편 것도 배당증가에 일조했다.
◇증시 투자매력 높아져=배당증가는 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여 장기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장사의 배당성향이 40%대에 달해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었다는 점은 한국증시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기준으로 한국의 배당성향은 20.4%에 불과해 미국(53.03%)과 일본(60.0%)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직ㆍ간접투자 비중을 크게 줄였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높은 배당수익률은 채권과 예금 등 경쟁자산에 비해 주식이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고배당추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나치게 단기화된 투자관행을 장기투자 중심으로 바꾸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재원 고갈로 성장잠재력 약화 우려감=고배당정책이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부정론도 만만찮다. 고배당은 결국 기업이 내부적으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줄이는 요인이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안정성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70년대 41.3%에 달했던 배당성향이 80년대에 28.7%로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설비투자 위축 우려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