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무파업, 4년 연속 임금동결, 50년 이상 흑자, 2005년 순이익 1조3,721엔(약 11조원)' vs '87년 노조설립 이후 19년 파업(95년부터 12년 연속), 파업 매출손실 9조7,000억원, 2005년 순이익 2조3,146억원' 미국의 GM마저 제치고 '세계 톱 메이커'로 올라서겠다며 힘차게 질주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와 노조파업으로 매년 공장이 멈춰야 했던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도요타가 55년 무파업을 배경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와 마케팅으로 무장한 채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에 현대차는 글로벌 메이커 진입의 문턱마다 '내부의 적(노조)'과 싸우는데 힘을 소진해 번번히 걸음을 멈춰야 했다. 노조라는 중대 변수에 의해 출발선부터 경쟁력 차이를 안고 달려 왔다는 얘기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해마다 노조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면서도 글로벌 시장의 강자들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 자체가 경이적인 일"이라고 놀라워한다. ◇'무파업 신화'가'글로벌 최강의 경쟁력'으로=도요타 노사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50년 경영악화와 파업으로 경영위기에 몰리자 경영진은 전체직원의 25%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당시 노조측은 75일간의 총파업을 벌이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파업은 회사의 경쟁력 악화는 물론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후 도요타 노조는 단 한번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90년대초 버블붕괴와 함께 경영실적이 급속히 나빠졌지만 도요타 노사는 '기업의 번영이 일하는 자의 행복'이란 내용의 '21세기를 향한 노사결의'까지 체결하면서 위기극복에 힘을 모았다. 심지어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유로 임금을 동결해 왔다. 어쩌다 조금만 이익이 나면 곧바로 일정부분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와는 기본 인식자체가 다른 셈이다. 도요타는 이 같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세계 1위' 고지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오는 2010년이면 1,030만대의 차를 팔면서 GM을 제치고 확고한 정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잔치분위기다. ◇최악의 경영위기는'남의 일'(?)= 하지만 현대차는 해마다 적게는 보름에서 많게는 한 달이 넘게 파업이 되풀이된다. 파업손실을 견디지 못한 회사가 많은 것을 내주면 노조는 '우리의 전략이 승리했다'고 자축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파업으로) 매년 수천, 수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지 못해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노조는 이 자체를 승리로 받아 들인다"며 허탈해 했다. 그는 "환율 등 경영악재로 인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 비자금 사태로 대외신인도마저 급락해 국내외 판매기반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만큼 올해는 파업을 자제할 줄 알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굳이 이웃 일본의 도요타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어려울 때 힘을 모으고 잘 나갈 때 경쟁력을 키워 앞 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노사 모두의 상식이다. 현대차는 지금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당장 눈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에도 힘이 벅찬 형편이다. 긴 경영공백 등의 여파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눈이 한층 차가워졌고 많은 딜러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번 등을 돌린 고객은 쉽사리 발 길을 되돌리지 않는다.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노조는 13일까지 14일째 파업을 이어오면서 오히려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노사 모두의 자산인 '현대차' 브랜드는 추락에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