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등 '돋보기 감사'에 초긴장

■ 기업-회계법인 "결산갈등"회계법안, 재고실사·자산건전성·비용등 엄격적용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D사는 지난해 결산을 앞두고 연예인에 대한 선급금과 관련, 회계법인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선급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이전에는 1~2% 가량 쌓았지만 회계법인들이 강화된 회계기준을 내세우며 3%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적립금을 많이 쌓으면 그만큼 순익이 줄어들고 주주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치는 만큼 충당금 하향 조정을 놓고 회계법인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 교육업체인 M사는 올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기업으로 강화된 회계기준을 실감하고 있다. 회사측은 "회계법인들이 매출계약서ㆍ세금계산서 등 결산자료를 하나하나 요구하고 있으며 증빙자료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예 다음 회기로 넘겨버린다"며 "이전에는 매출채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1%의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매출채권 종류와 사유별로 다른 충당금 비율을 적용하는 등 한층 강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월 결산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실적과 이익을 높이려는 기업들과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 부실 요인을 제거하려는 회계법인간의 마찰과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잇따른 벤처비리로 벤처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코스닥기업에 대한 퇴출기준도 한층 강화되면서 벤처기업들은 지난해 실적과 회계감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 등 벤처기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벤처기업들은 회계감사 강화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까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 바짝 긴장하는 벤처기업 2월 초 결산회계를 끝낸 코스닥기업 S사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재고실사ㆍ대손충당금ㆍ자산건전성ㆍ비용 등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으며 일단 회계감사를 해도 본부별로 다시 감사를 하는 등 크로스체킹을 해 허위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실토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3월 말 기업실적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앞두고 일부에서는 대손충당금, 연구개발비, 자회사지분 평가손익, 연구개발비 산정 등 엄격한 심사기준을 들이대는 회계법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강화된 심사기준을 따르자니 순익과 매출이 줄어들고 주주들에게도 나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비등록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N사의 경우 회계법인들이 현금거래 통장내역에 대한 확인서를 일일이 요구, 아예 질려버렸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거래 은행 전체별로 현금거래 통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통장 잔액도 직접 확인하는 등 돋보기식 감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닥시장 진입을 예정하고 있는 기업들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 증권사 등 기관이 결정하는 공모가격은 절대적으로 지난해 매출과 순익에 근거해 결정되는데 회계법인들이 이전에 가매출로 인정했던 부문에 대해 실제 공급계약서가 확인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거나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율도 상향 조정, 기업실적이 과소 평가되는 경우가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 의견 절충에 고민하는 상장기업 상장기업의 경우 마찰까지는 가지 않고 있으나 엇갈리는 의견 절충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분법 평가에서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대부분 감사를 받지 않은 자회사에 회계법인으로서는 신뢰를 줄 수 없고 모회사의 실사내용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일부에서는 감사를 받지 않으려고 다투기까지 한다는 것. 회사내용 연수 등에서도 의견이 맞서는 경우가 많다. 유가증권 투자를 어떻게 보느냐도 적지않은 갈등 요소다. 투자목적으로 넣으면 당기손익에 반영하지 않고 자본조정에 포함되지만 상품목적으로 하면 손실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회계법인들은 한결같이 투자목적으로 넣어서는 안된다고 반발하는 실정이다. ◆ 돋보기를 들이대는 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이전만 해도 일부 벤처기업들은 장부를 가공해 마이너스인 손실을 흑자로 돌려놓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회계법인들이 주주소송과 회계법인의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부실회계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일부 창업투자회사들은 지분출자 벤처기업을 빨리 코스닥에 등록시키고 자본이득을 꾀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그럴듯하게 꾸밀 것을 은연중 요구, 이를 거부하는 회계법인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주석 안건회계법인 회계사는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가공매출의 경우 관련자료를 전부 요구하고 있으며 연구개발비도 자산가치로 인정하기보다는 특허ㆍ실용신안 등 실적이 없으면 과감하게 비용처리해 이익을 줄여버린다"고 말했다. 부실회계에 대한 회계법인의 내부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안건회계법인의 경우 개인별 심사기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회계감사 전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회계감사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부실회계로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을 고려, 특별관리기업에 대해서는 4년차 이상의 베테랑을 투입하고 있다. 내부규정과 제도정비를 통해 회계법인의 심사 객관성이 높아진 만큼 기업들도 이를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금룡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회계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들의 투명경영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코스닥시장의 부실기업 퇴출요건도 강화돼 벤처시장 전체가 투명성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온종훈기자 서정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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