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신임 국무총리는 역대 총리들과비교할 때 확연히 차별화되는 배경과 색채를 지녔다.
50대 초반(52)으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른이 총리는 최초의 재야운동권 출신 총리이자 한글세대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서울시 정무부시장, DJ 정부 초대 교육부장관, 여당 정책위의장을 거치며 뚜렷한 개혁성향을 보였던 그가 대통령제가 안고있는 태생적 한계인 `대독(代讀) 총리', `방패 총리'의 틀에 안주할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던 전임 고 건(高 建) 총리처럼 `꼼꼼한 관리형'으로 정치의 외곽에만 머물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력과 개혁성을 겸비한 `실세 총리', `강한 총리' 컨셉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일각에서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일벌레 스타일인 그가 참여정부 2기내각의 지휘봉을 잡게 됨으로써 경륜과 인품을 갖춘 `얼굴마담' 총리시대는 가고 지극히 업무중심적이고 실용주의적 총리시대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청와대측은 책임총리제를 하기 위해 굳이 법과 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입장이다. 헌법에 규정한 대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풀어나가면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의 의지에 관한 문제이지 제도와 헌법상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인 셈이다.
실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과거 고 전 총리 시절보다 훨씬 더 이 총리에게 막강한 권한을 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테면 참여정부가 표방한 `책임총리제' 모델에 근접한 국무총리의 권한 확대를 그에게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5선 의원인 그가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속에 당.정.청(黨政靑)간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국정을 이끌어갈 때 힘이 실릴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이 총리는 특히 평소의 개혁지향적 성향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 2기 국정운영의 핵심인 `개혁 로드맵'의 실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건 전 총리 시절이 개혁 로드맵 마련에 역점을 둔 시기였다면, 국정2기는 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실적을 가시화해야 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참여정부가 내세운 핵심적인 국정개혁 과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일 17대 국회 개원 축하연설에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부패청산과 정부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그의 앞길엔 `발등의 불'인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안정을 비롯해 4.15 총선과 `탄핵정국'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정부혁신과 지방분권, 국가 균형발전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의 경우 기업의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규제개혁, 시장질서 회복,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게다가 노동계의 여름철 투쟁, 이른바 `하투(夏鬪)'가 열기를 뿜고 있는데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의혹 조사, 외교안보라인 시스템 정비및 구축, 북핵문제 해결, 신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철회 움직임 등 숱한 난제들은 그의 행정력과 정치력을시험대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아울러 `복지부동'에 가까운 관료사회를 움직여 개혁에 동참시킬지와 국정운영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대두된 이익집단간의 갈등과 반발이 개혁작업의 본격 시동과 함께 분출될 경우 이를 어떤 방법으로 다스릴지도 관심사다
어떻든 한글세대인 이 총리를 필두로 한 참여정부 2기 내각 출범은 지난 30여년간 한국정치를 재단해온 `3김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조속히 청산하고 세대교체 바람을 사회 곳곳에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