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리그에서 미국을 7대3으로 물리친 뒤 마운드로 몰려들어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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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1로 앞선 4회 2사 1, 2루. 찬스가 나자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은 주저 없이 최희섭(LA 다저스)을 기용했다. 상대 마운드에는 우완 댄 휠러(휴스턴)가 지키고 있었다.
브래드 리지와 함께 휴스턴 막강 불펜을 구축했던 강속구 투수 휠러. 볼카운트 1-1에서 휠러는 140㎞ 짜리 직구를 던졌고 복판으로 들어오자 최희섭은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걷어올렸다. 오른쪽 외야를 향해 높이 솟구친 공은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더니 우측 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고 미국의 우익수 버논 웰스가 펜스 앞에서 펄쩍 뛰어 올랐지만 이미 공이 먼저 스탠드에 떨어진 뒤였다. 비거리 101m 짜리, 한국이 야구 도입 101년만에 종주국 미국을 꺾는 기념비적인 쐐기포가 터진 순간이었다.
한국이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 리그 2차전에서 이승엽(요미우리)과 최희섭의 홈런포를 앞세워 131년 역사의 종주국 미국을 7대3으로 꺾었다.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야구를 소개한 지 101년 만에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미국 올스타팀을 물리치는 쾌거를 이룩하며 야구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로써 2라운드 2승을 기록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국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하며 대망의 4강 진출도 사실상 예약했다. 한국은 15일 멕시코-일본전에서 멕시코가 이기면 승자승 원칙으로 4강이 확정되고, 일본이 이기더라도 16일 한국-일본전에서 6점차 이상으로만 지지 않으면 최소실점 우선 원칙에 따라 준결승에 오른다.
프로야구 24년 역사에 불과한 한국이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즐비한 미국을 통쾌하게 격침시킨 한판 승부였다. 1회말 터진 이승엽의 대형 선제 솔로홈런은 한국의 사실상 4강행 확정을 알리는 축포였다. 1회말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지난해 22승10패로 메이저리그 통틀어 최다승 투수인 선발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의 초구인 시속 146㎞ 직구를 통타, 한국 응원단이 자리한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대회 5호째이자 4경기 연속 홈런.
기세가 오른 한국은 1회 1점을 추가했고 3회초 켄 그리피 주니어의 솔로홈런을 내줬으나 공수 교대 뒤 1점을 보태 3대1로 달아났다. 4회 대타로 등장한 최희섭이 통렬한 3점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한국은 6회에도 1점을 보탰고 이날 실책 3개까지 저지른 미국은 9회 2점을 만회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철벽 벌떼 마운드’는 선발 손민한에 이어 전병두-김병현-구대성-정대현-오승환이 미국의 강타선을 산발 9안타 3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한편 2조리그 경기에서는 베네수엘라가 푸에르토리코를 6대0, 도미니카공화국이 쿠바를 7대3으로 물리쳐 4팀 모두 1승1패 동률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