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지하철 탐방기(현장 포커스)

◎버스노선 연계·장애인 최대 배려/뉴욕­페리호·헬기도 연결 전동차 부품 6년마다 교체/워싱턴­휠체어용 엘리베이터·컴퓨터 정비시스템 완비/도쿄­복복선·긴급선 등 설치 상세한 노선안내도 편리「키스 앤 라이드(Kiss and Ride)」,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 「바이크 앤 라이드(Bike and Ride)」. 미국 뉴욕과 워싱턴,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수있는 장면이다. 키스 앤 라이드는 아내가 출근길의 남편을 자동차로 지하철 환승주차장까지 태워주는 것이고 파크 앤 라이드는 본인이 직접몰고 주차장에 세워둔후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이며 바이크 앤 라이드는 자전거로 이동후 지하철을 갈아타는 교통 패턴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3개도시의 지하철망이 잘 갖춰져있는데다 노선별로 종점에 가까운 2∼3개역에 대형 환승주차장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생겨났다. 또 이들 도시는 모두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사가 시내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연계체제가 잘 구축돼있다. 그래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지않다. 일과시간엔 회사가 렌트해둔 자동차를 이용하곤 한다. 뉴욕의 지하철은 1907년에 개통돼 거의 1세기 운행역사를 갖고있고 워싱턴은 첨단시설을 자랑한다. 도쿄의 지하철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울 지하철은 그 역사가 이제 겨우 23년 밖에 안됐고 지하철망도 아직 이들도시보다 짧다. 따라서 이들 선진도시의 지하철 문화와 운영시스템·정비 등은 우리에게 참고가 될만하다. 선진 도시의 지하철을 탐방, 어떻게 운영되고있는가를 살펴본다. ◇뉴욕=뉴욕의 지하철은 1904년 맨해튼 지역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건설됐으며 하루 3백60만여명을 수송하고 있다. 뉴욕시교통공사(New York City Transit)가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운영한다. 외곽지역에는 환승주차장이 50개이상 배치돼 있으며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1만4천여곳에 버스주차장이 있어 버스와 지하철의 환승이 편리하다. 출퇴근때 교통체증이 심해 지하철과 버스 외에도 헬기·페리호·수중터널·케이블카 등 다양한 그리고 입체적인 교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심부 맨하탄에 빌딩옥상외에 헬리포트가 4곳에 있고 이스트아일랜드∼맨하탄 등 3개항로에 페리를 운영하고 있다. 롱아일랜드∼미드맨하튼 등 이스트강과 허드슨강 수중 4곳에 자동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튜브방식의 수중터널(2차선)도 설치돼 있다. 뉴욕교통공사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3년전부터 강철로된 바퀴를 스테인레스로 전환, 중력을 줄여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동차 수명은 35년으로 우리보다 10년가량 더 오래 사용하고 있으며 부품은 6년마다 교체하고 있다. 역사내부와 환승통로는 곳곳에 낙서와 녹슨 흔적이 역력하지만 공기는 매우 맑다. 서울처럼 오는 7월1일부터 지하철 외에 버스로도 환승할 수 있고 1번에 한해 무료 버스를 갈아탈 수 있는 충전식 메트로카드가 등장할 예정이다. ◇워싱턴=뉴욕시와 같이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워싱턴 교통공사(Washington Metropolitan Area Transit Authority)에서 모두 맡아 관리,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환승이 아주 편리하다. 1기 지하철건설 착수시점이 지난 76년으로 서울보다 겨우 2년 늦었지만 아직 건설을 완료치 못했으며 오는 2001년에야 모두 개통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완공된 노선을 한번 둘러보면 편리성과 환경, 미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등에 있어서 서울보다 훨씬 긴 안목으로 건설됐음을 쉽게 알수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지하철 진입을 쉽게 알수 있도록 지하철 플랫폼 바닥에는 1.5m간격으로 전등이 설치돼 전동차가 역내로 진입하기 전부터 깜박인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역사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에스컬레이트는 총 5백20여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역사내부는 로마풍의 높고 넓은 공간속에 아치형 천장·벽, 간접조명 등 역사마다 내부구조물이 미적감각을 갖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지하철 범죄만을 담당하는 경찰서를 시경찰서옆에 별도로 설치, 지하철의 치안을 맡겨두고 있는 점도 관심을 끈다. 처음 건설 당시부터 모든 사무실서 누구나 각종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컴퓨터 경영정보시스템인 Mar­system을 갖춰 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약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공사는 이같은 시스템 설치를 추진중에 있다. 서울지하철과는 달리 워싱턴교통공사에는 정비반장이 최종적으로 정비상태를 점검하는 QA(Quality Assurance and Training Department of Operation)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이에따라 정비불량에 따라 지연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QA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정비 기지창을 돌아다니며 정비상태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주는 일 외에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일, 직원을 교육·훈련시키는 일도 맡는다. ◇도쿄=공영 지하철은 제도고속도교통영단과 동경도 교통국 등 2곳에서 맡고 있다. 동경도 교통국은 시내버스 운영도 맡고 있다. 환승거리는 30년전 건설된 곳과는 연결통로가 길어 최고 5분가량 걸리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우 짧다. 노선수가 많은 만큼 10개 노선이 환승하는 역도 있다. 5개 노선이 환승되는 이께부꾸로(지대)역의 경우 하루 60여만명이 이용하지만 시민들이 질서를 잘 지켜 혼잡함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하루 35만명이 이용하는 신도림역의 혼잡도와 비교하면 질서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휠체어를 이용한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엔 역사에 배치된 영단직원이 직접 에스컬레이트까지 안내해 에스컬레이트를 이용, 이동시켜 준다. 러시아워때는 한쪽부분에만 의자가 있는 전동차를 운행해 혼잡을 더는 것도 색다른 점이다. 수도권밖으로 멀리가는 일부 노선의 경우 복복선으로 깔려 있어 보통선, 긴급선의 2가지 종류의 전철이 운행되고 있는데 이는 동경도 지하철만의 특징. 지하철 전동차 내부에는 노선이 그려진 지도에 표시등이 달려 있고 항상 다음역사 위치에서 깜박거려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위치를 파악하기 수월하다.5분이상 지연된 사고는 95년에 69건으로 서울의 경우 지난해 3분이상이 92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엇비슷하거나 심한 편으로 볼 수 있다.<뉴욕·도쿄=오현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