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11일] 와인 값의 진실

적정한 와인 가격은 어느 정도 일까. 와인 값에 대한 거품 논란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주 웨스틴 조선호텔이 “와인 가격을 인하한 결과 하루 450만원의 매출을 올려 종전보다 3.5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의구심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거품을 빼겠다’는 데야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조선호텔의 이 같은 조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일부 제품의 내린 가격이 다른 호텔보다 더 비싸다는 데 있다. 결국 그동안 턱없이 비싸게 받아 왔던 와인 값을 정상화하면서 값을 내린 것처럼 생색을 내 소비자들을 현혹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조선호텔이 가격을 37.3% 인하했다고 밝힌 ‘샤또 라퐁 로셰’의 값은 13만8,000원이지만 A호텔에서는 12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격을 22.8% 인하해 13만5,000원에 판매 중이라고 밝힌 ‘이스케이 멘도자’의 경우도 B호텔 레스토랑에서는 12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와인 대중화를 외치며 값을 내린 조선호텔의 태도는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조선호텔의 와인 가격 인하 효과가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A호텔이나 B호텔을 찾은 고객들이 조선호텔보다 싼 값에 와인을 사가면서 “왜 여기는 와인 가격을 내리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자기들이야 비싸게 팔던 와인 값을 정상화하면서 매출을 늘렸지만 원래 제값을 받던 동업자들을 욕먹게 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조선호텔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내렸다고 해서 모든 와인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거품을 뺄 수 있는 부분은 남김 없이 뺐고 샤또 딸보 등 대중적인 와인의 경우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적어도 “업계 최초로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소비자들이 와인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키려면 눈에 보이는 몇 개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으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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