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5월28일, 네덜란드. 북해와 인접한 지역에 길이 32㎞짜리 방조제가 완공됐다. 네덜란드 간척사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자위더르지(Zuiderzee) 방조제가 건설된 순간이다. 암스테르담ㆍ로테르담ㆍ에담 등 ‘담(dam)’자가 들어가는 주요 도시가 강물이나 해수의 유입을 막기 위한 댐(dam) 건설로 시작됐을 만큼 물과의 싸움이 곧 역사인 네덜란드에서도 자위더르지 방조제 완공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700년 묵은 숙원이 풀렸기 때문이다. 방조제가 들어선 곳은 13세기 중반까지 거대한 내륙 호수였던 지역. 1287년 해일 피해로 호수 북쪽 지대가 바다로 휩쓸려가 이름도 플레보 호수에서 자위더르지로 바뀌었다. 북해의 남쪽 바다라는 뜻이다. ‘언젠가는 바다를 메워 담수호를 복원하겠다’는 다짐이 구체화한 것은 1891년. 간척계획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나 장기간 논란을 벌이다 1916년 대홍수를 겪은 후 1918년 관련법이 마련되고 1927년 첫 삽을 떴다. 공사 도중 세계적인 대공황을 만났으나 네덜란드는 실업자 구제를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며 건설을 강행, 착공 5년 만에 물막이 공사를 끝냈다. 2004년 기준으로 환산한 당시 공사비는 약 7억 유로. 방조제 완공 이후 최근까지 네덜란드는 꾸준한 간척사업으로 10억평 이상의 땅을 얻었다. 암스테르담 신시가지와 스키폴 국제공항도 이런 식으로 얻은 땅 위에 건설됐다. ‘신은 세상을 만들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땅을 만들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자위더르지 방조제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만금 방조제의 모델이 자위더르지다. 실제로는 29.34㎞인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를 33㎞로 늘려 잡아 ‘세계 최장’으로 포장한 이유도 자위더르지 방조제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