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경제 '차이나 블랙홀'에 빠지나

고도성장으로 막대한 자금축적 '에너지·원자재 사재기'
전세계 유동성도 빨아들여 中기업이 시총 톱10중 5개
"무분별 투자로 세계경제 위협한다" 美·유럽 견제 나서



[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경제 '차이나 블랙홀'에 빠지나 고도성장으로 막대한 자금축적 '에너지·원자재 사재기'전세계 유동성도 빨아들여 中기업이 시총 톱10중 5개"무분별 투자로 세계경제 위협한다" 美·유럽 견제 나서 베이징=문성진 특파원 hnsj@sed.co.kr 전세계 가용자원과 유동성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글로벌 경제가 차이나 블랙홀에 빠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위협하고, 중국기업의 상장(IPO)에 거대한 국제자금이 몰리는 것도 중국 경제가 지난 3년간 10%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국제시장에서 원자재를 비롯해 유동성을 강력한 힘으로 흡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엔 일본과 독일이, 1990년대엔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견인차였다면, 21세기초엔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차이나머니가 글로벌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중국 위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사재기와 유동성 흡수가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는 견제론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고도성장이 블랙홀의 에너지 충전= 차이나 블랙홀 현상의 원천은 중국 경제가 5년째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말 현재 1조4,336억달러로 1년전에 비해 45.1% 증가했다. 이 돈은 중국의 '에너지 블랙홀'의 엔진을 더욱 강력하게 충전했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석유수입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해외 유전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힘이 되고 있다. 한정된 자원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은 크게 늘어나 지난해 47%였던 석유 수입의존도가 2050년에는 75%까치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으로선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계를 상대로 에너지 싹쓸이에 나서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보다 더 효율적인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에너지세를 새로 도입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중국의 양대 국유 에너지기업인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공사)과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는 투자규모가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의 경우 3,955억8,000만위안(약 48조원)을 에너지자원 확보에 투자, 당초의 투자목표치를 18.8% 웃돌았다. ING자산운용의 크리스 라이언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중국 내수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4배 성장할 정도로 전세계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전세계 원자재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중국의 무차별 수입으로 2005년 1년 동안 71.5%나 폭등했고, 내년에 최고 5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철광석 수급 여건이 유난히 어렵기 때문에 2008년 철광석 거래가격은 50% 급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전략원자재 확보 전략에 따라 금을 중심으로 구리ㆍ니켈ㆍ텅스텐ㆍ알루미늄 등의 가격도 앞으로 더 큰 폭의 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글로벌 자본간의 경쟁을 다룬'화폐전쟁'의 저자인 쑹훙빙(宋鴻兵)은 "중국은 장기적인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석유와 금의 비축을 늘려나가야 한다"면서 "현재 중국의 황금보유고가 600톤으로 지나치게 작고, 금의 국제교역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나서서 금을 사들인다면 공급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민간에서 조심스럽게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유동성도 빨아들인다= 지난 29일 실시된 페트로차이나의 IPO에 4,407억 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몰렸고, 앞서 홍콩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닷컴 IPO에도 2,300억 달러의 돈이 집중됐다. 올들어 중국기업이 상장만 하면 기록을 경신하며 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표기업들은 상하이와 홍콩 증시는 물론 뉴욕 증시에서도 상장에 성공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기세등등하게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기업에 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 상승으로 중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급증해 이 기준의 '톱10' 기업 숫자에서 미국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시가총액 톱 10 기업에 포함된 중국기업은 페트로차이나와 차이나모바일, 공상은행 및 시노펙, 차이나라이프 등 5개사. 반면 미국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엑손 모빌과 제너럴 일렉트릭 및 마이크로소프트 3개사만 포함됐다. 나머지 2개사는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영국-네덜란드 합작 석유회사인 로열더치 셸이다. 시계를 1989년 말로 돌리면, 당시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을 '싹쓸이'했던 것은 바로 일본 기업들이었다. 1위인 일본전신전화(NTT)를 비롯 일본산업은행(2위)과 스미모토은행(3위) 등이 상위 5위를 모두 휩쓸며, 시가총액 합계 중 73%를 차지했다. 지금의 중국증시와 당시 일본증시도 비교대상이다. 중국 증시는 금리인상을 포함한 잇따른 긴축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꾸준히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몸집을 크게 불려 현재 홍콩을 포함한 중국 주식시장 규모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일본의 경우엔 버블 붕괴 직전인 지난 1989년 말 일본 주식시장의 달러 기준 가치는 미국 주식시장의 두 배에 달했다. 차이나머니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글로벌 슈퍼파워'인 미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외환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를 한꺼번에 팔아치울 경우 가치가 급락할 수 있는데다, 외화자산을 군사 등 안전보장관련 기업매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에서는 이에 따라 국가 안정보장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심사하는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방어막 구축에 부심하고 있다. 또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중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매우 무모한 일"이라며 중국의 미국 채권 매각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고,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국부펀드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국부펀드의 행동강령을 마련해야 한다"며 SIC에 '견제구'를 던졌다. 입력시간 : 2007/10/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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