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0월 10일] 인사동에는 한국이 없다

‘인사동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없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는 바로 종로 인사동이다. 인사동은 조선 초기 이후 미술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일제 시대에 고미술 관련 상가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서울의 명실상부한 전통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지로 터를 잡았다. 얼마 전 기자는 지인의 부탁으로 뉴질랜드에서 방한한 여성 관광객을 인사동으로 안내한 적이 있었다. 때 마침 휴일이어서 인사동은 내ㆍ외국인들로 북적댔다. 뉴질랜드 여성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기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도자기 하나를 건네 보이며 “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ㆍ중국산)로 표기돼 있느냐”는 것이었다. 분명 기자는 그녀에게 인사동을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예술의 거리’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비싼 임대료와 유통구조 탓에 한국산 전통 공예품을 팔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짧은 영어 실력으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그녀는 끝내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손에 들었던 도자기를 내려놓고야 말았다. 인사동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에 따르면 순수한 중국산 제품은 인사동 총 판매량의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우리 업체가 중국에 주문, 생산해 들여오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품까지 계산하면 90%가 중국산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중국산 공예품의 난립은 비단 인사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민속촌ㆍ안동하회마을ㆍ남대문시장, 가릴 것 없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서나 값싼 중국산이 판을 치고 있다. 저질 중국산 공예품이 넘치는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살거리가 없다는 실망을 주고 이는 결국 관광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3년 708만 6,133명이던 출국자 수가 지난해에는 88.0% 늘어난 1,332만4,977명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입국자 수는 475만2,762명에서 644만8,240명으로 3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 적자는 2003년 29억4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1억2,900만달러로 매년 늘면서 5년간 누적 적자는 315억5,7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관광상품 빈곤이 관광수지 적자를 부르는 주요 원인은 아닐지라도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