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제일화재 인수 추진

"최대주주 지분 인수나 장내매수로 지분 30%까지 확보"
적대적 M&A 가능성…자통법 앞두고 지각변동 '신호탄'



손해보험업계에서 5위를 달리는 메리츠화재가 6위 업체인 제일화재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보험사들간의 인수합병(M&A) 시도는 이번이 처음으로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보험산업 M&A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업체간 최초의 M&A 추진=메리츠화재 고위관계자는 17일 “앞으로 메리츠그룹 계열사를 통해 제일화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제일화재의 최대 주주인 김영혜(61)씨가 우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할 경우 장내 매매를 통해 지분을 30%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며 밝혔다. 적대적 M&A 의사까지 표시한 셈이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이 제일화재 주식을 각각 110만주(4.11%), 112만주(4.21%)를 보유하고 있다. 또 메리츠금융그룹과 연합세력을 구축한 한진중공업 계열사인 한국종합기술이 59만주(2.20%), 한일레저가 24만주(0.93%)를 갖고 있다. 결국 연합세력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모두 11.46%에 달한다. 메리츠화재 고위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메리츠증권 등 다른 금융계열사들이 추가로 제일화재 지분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번 M&A는 지난해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며, 추가 지분 인수에 필요한 실탄(자금)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화재 인수를 주도하는 메리츠화재는 이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이이자 제일화재의 최대주주인 김영혜씨에게 인수제안서(Bid Letter)를 보내 김씨의 보유주식 553만주(20.68%)에 대한 매각의사를 타진했다. 최대주주의 지분 인수가격은 M&A 선언이후 주식시장에서 제일화재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비교적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위 경쟁 한층 치열해질 듯=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인수에 나선 것은 ▦대형화를 통한 업계 2위권으로의 도약 ▦자산운용 확대 ▦지주회사 설립 가속화 ▦사업비 효율성 제고 등을 노린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손해보험시장에서는 삼성화재가 매출(원수보험료) 기준 28.8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현대해상 15.40% ▦동부화재 14.50% ▦LIG손보 13.20% ▦메리츠화재 7.80% ▦제일화재 3.40% 등의 순이다. 따라서 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11.00%를 웃돌아 2위권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 또한 제일화재 인수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외부컨설팅 결과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메리츠화재 대형화 등 2개 방안을 놓고 경영전략을 짜다가 2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면서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적대적 M&A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의 최대주주인 김영혜씨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씨는 지분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제일화재 경영진에 “현재 상황에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라”며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제일화재 고위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공개매수로 맞대응하는 방안, 우호세력과 접촉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메리츠화재가 한진중공업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제일화재를 압박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M&A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화재가 M&A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메리츠화재와 제일화재가 장내에서 주식을 공개 매수할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자본잠식 상태인 제일화재가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운 메리츠금융ㆍ한진중공업 연합의 공세를 감당해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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