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은 케리 편(?)

범퍼스티커 "케리는 빈 라덴 편/부시는 내편"

자신이 주도한 9.11 테러를 계기로 올 미국대선에서 안보 문제가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한 것을 보면서 빈 라덴은 무슨 생각을할까? 뉴욕타임스는 29일 혹시나 있을 지 모를 테러를 걱정하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코네티컷주의 할머니 대의원 노마 리스(72)을 인터뷰하면서 재밌는 내용을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리스 할머니는 남편이 공화당전당 대회때의 테러 공격에 대비해 응급 의료팀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식별 꼬리표를 소지해두는 것이 좋다는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뉴욕행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녀는 "내가 간다고 하면 가는 거야"라면서 "단지 무서운게 하나 있다면 오사마 빈 라덴이 존 케리 보다는 조지 부시를 날려 보내려 한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이 케리 후보 보다 부시 대통령을 훨씬 미워할 것이라는 인식은 미국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으며 공화당측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오하이주 유세에서 마주친 '부시-체니' T 셔츠를 입은 한 어린 아이가 뿌리던 전단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만일 네가 오사마라면 누가 선거에서 이기길 바라겠느냐?" 또 켄터키주에서는 '케리는 빈 라덴 편/부시는 내편'이라고 적힌 범퍼 스티커가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둔스베리 시사 만화는 이라크전이 이슬람 전사들의 인큐베이터 노릇을 하면서 미국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시키고 있다면서 빈 라덴이 부시 대통령의재선을 기원하는 내용의 그림을 담아 반대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직까지 빈 라덴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놓고 어떠한 입장도 발표한 것은 없다. 단지 일부 선거 전문가들이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알 카에다에 대해 똑같이 공세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점에서 빈 라덴이 그의 당선을 바라지 않을 것", "빈 라덴은 그들의 성전 확전을 위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을 것" 이라는 등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볼 뿐이다. 이와 관련, 아틀랜틱 저널 컨스티튜션은 29일 여론조사 전문가 에드 고이스의말을 인용, "빈 라덴은 두 후보중 누구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단지 미국인들을 살해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만일 대선전 알 카에다가 테러 공격을 해온다면 과연 두 후보중 누구에게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어려운 시험이 될 것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유사시 현직 대통령 아래서 단결하는 미국의 전통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에게유리할 수 있으나 사태 장악을 못하는 등의 허점이 드러날 경우 지지도에 치명적인영향을 입을 수 있다. 또 케리 후보의 경우도 자신의 애국심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지원하는 모습도보여주고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 여론조사 기관인 조그비 인터내셔널 대표인 존 조그비는 "대선전 테러 공격이있더라도 이미 두 후보의 지지층이 갈려진 상황에서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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