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 6개월] 된것도 없고 안된것도 없다

지난해 12월7일 5대그룹 구조조정을 위한 정·재계 간담회가 열린지 6개월이 다가왔다.그동안 5대그룹은 축소지향의 구조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시점까지 구조조정은 「시작」에 불과한 상황이고 일부 업종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여전히 안개속을 헤매고 있어 「잘했다」는 평가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5대그룹은 여전히 공기업 인수, 신규사업 진출 등 확장일변도의 사업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하반기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던 5대그룹이 새 사업영역에 기웃거리는 「이중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4일 『5대 그룹은 지난해 12·7 정재계합의 이후 일부 미흡한 점도 있지만 상당한 구조조정 성과를 일궈냈다』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봐도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5대그룹 관계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삼성이나 SK, LG등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해나가고 현대나 대우가 뒤늦게 발동을 걸고나서는 등 편차가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있고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이내 축소는 모두 달성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12·7 합의의 핵심이었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과 대우의 자동차 빅딜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석유화학 빅딜도 현대와 삼성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일본 미쓰이물산의 외자유치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자동차빅딜의 경우 정부가 본격적으로 조정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5대그룹의 비주력 계열기업 정리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분사와 계열사 합병, 매각이 활발했다. 그러나 계열사 숫자를 줄이는 단순합병이 적지않아 재무구조개선이나 핵심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 실정이다. 외자유치 열기도 지난해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최근 필립스사로부터 16억달러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LG가 비교적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았을 뿐이다. 금융계는 5대그룹 대부분이 하반기로 구조조정 계획을 미뤄놓은 상태여서 향후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있다. 이 와중에 5대 그룹은 요즘 제각기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핵심 주력업종으로 전문화한다는 구조조정의 취지와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구조조정부터 먼저 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시되고 있다. 당장 李위원장의 지목을 받은 LG는 여전히 보험업 진출에 미련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중공업 등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5대그룹은 「핵심역량 집중」과 관계있는 부분에만 신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통화팽창 및 저금리 정책과 이로 인한 증시활황에 힘입어 한숨돌리게 되자 신규사업에 기웃거리는 5대그룹과 「선(先) 구조조정 마무리」로 압박을 가하는 정부간의 힘겨루기가 하반기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손동영 기자 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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