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통독 10주년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1990년 10월3일에 동서로 분단됐던 독일이 통일됐다. 그로부터 10년. 옛 동독지역에서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재개발을 거친 통독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냉전시대의 흔적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옛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서독의 60%에도 못미치는 한편 실업률은 서독의 2배인 17%에 달했다.
이같은 경제 격차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때문에 향후 장기적으로 옛 동독지역에 대한 공적 자금지원이 계속돼야 할 상황이다. 옛 동독 지역에선 통일 후 벌어진 현실에 환멸을 느끼는 극우세력이 확산되기도 했다.
옛 동독경제가 부진한 이유중 하나는 통일 직후 동독 통화를 비현실적인 높은 가격으로 서독 마르크화와 교환한 것이다.
때문에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주변 동유럽 국가들보다 임금이 훨씬 높아졌고, 지역경기 부양의 견인차가 됐어야 하는 서독 기업들의 직접투자자금은 대부분 동독이 아닌 다른 국가들로 흘러들어갔다.
이같은 모순 속에서도 독일 통일은 이후 유럽연합(EU) 통합을 한층 촉진시키고 독일이 고비용 해소를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 주권을 포기하고 단일통화인 유로화 탄생을 이끌어냈다. EU가 외교·안보정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등 유럽내 일련의 변화에 있어 독일 통일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도 북한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통일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독일의 경험은 남북 통일 논의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독과 동독의 인구비율이 4대 1이었던데 비해 한국과 북한 인구비는 2대 1로, 통일이 성사될 경우 한국측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서독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지금은 통일을 이뤄낼만한 경제력이 없다. 통일이 목표이긴 하지만, 그 때까지는 10~20년의 공존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통일 10주년은 서로다른 체제의 통합에 막대한 비용부담이 동반된다는 현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10월3일자>입력시간 2000/10/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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