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대법원 갈등 2라운드?

대법 "고법에 상고심사부 설치… 대법관 증원 반대"
한나라 "개선안 미흡… 과감한 개혁 나서야" 촉구

한나라당이 26일 고등법원 내 상고심 심사부 설치 등 대법원의 전날 자체 법원 개혁안 발표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과감한 법원개혁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대법원이 전날 당의 법원 개혁안 핵심인 대법관 증원안에 반대하고 그 대안으로 고등법원 내 상고심사부 설치를 제시한 데 대해 이날 상고심사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법관 증원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대법원 간의 갈등이 '2라운드'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혁특위 산하 법원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대법원의 자체 개선안 가운데 판결문 공개나 법관의 연임심사 강화는 우리와 같은데 대법원 업무과다 해소 방안은 다르다.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둔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정미경 대변인이 전했다. 여 의원은 특히 "고등법원에서 상고를 금지하는 것은 대법원에서 재판 받을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래서 한나라당은 대법관 증원 말고는 대법원의 업무과다를 감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당 사법제도개혁특위 관계자도 "과거 1981년부터 1990년까지 유사한 상고허가제도가 있었는데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고 해 폐지됐던 제도"라면서 "아울러 상고를 제한하기 위한 상고허가부 설치 논의가 김대중 정부 때도 있었는데 당시 대법원이 반대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법원 사법제도 개선안의 핵심 사안인 상고심사부 설치 방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여서 양측 간 갈등 격화와 함께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정치권의 사법제도 개선안에 대법원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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