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발 '이주폭탄' 터진다] 전셋값 상승 부채질… 세입자, 부담 큰 월세·외지로 밀려날 판

이주 개시일 확정 안돼
보증금 못받은 세입자들 이사갈 집 계약도 못해
수요 늘고 공급은 줄어 내년 전세난 올보다 심각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이주가 임박해지면서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내년 3월께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경제DB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의 이주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주변 지역의 전월세난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강남권 재건축단지 이주자들은 직장 출퇴근이나 자녀 학교 문제로 기존 거주지역에 계속 살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동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고덕시영아파트 이주 당시 총 2,500가구 중 60%인 1,519가구가 강동구 내로 이주했다. 특히 취학아동이 있는 집(799가구)은 무려 88%(699가구)가 기존 지역에 머물렀다.

따라서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면 전월세 수요가 급증하며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12년 초 고덕시영이 이주에 들어가자 고덕주공아파트들의 전셋값이 수개월 새 3,000만~4,000만원씩 뛰었으며 인근 주택가 역시 덩달아 상승했다는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이주를 앞둔 세입자들의 마음이 바빠지는 이유다.

◇발목 묶인 세입자는 전전긍긍=그러나 아직 이들 재건축단지의 이주 날짜가 확정되지 않아 세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개 세입자들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내줘야 이사를 갈 수 있는데 여유자금이 없는 집주인은 조합에서 이주비가 나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 따라서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이주비를 지급 받는 이주 개시일이 정해지고 나서야 새집을 찾아 잔금 날짜를 맞춰 계약할 수 있다. 개포주공2단지에 4년째 세 들어 살고 있는 이모(55)씨는 "아직 잔금 치를 날짜를 정할 수 없어 주변 지역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시세만 파악하고 있는데 전셋값이 날이 갈수록 오르는 듯해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 거주자는 대부분 세입자들이다. 특히 개포동은 세입자 비율이 매우 높다. 전월세 가격이 1억~2억원 내외로 저렴하면서 학군도 나쁘지 않아 세입자들이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개포시영 조합에 따르면 현재 거주자 중 90.2%가 세입자다. 고덕지구와 잠원지구 아파트들은 세입자가 각각 70%,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미 씨 마른 전셋집=문제는 이들 지역 주변 아파트 전셋집은 이미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세입자들이 웬만하면 재계약을 하고 있으며 간혹 나오는 전셋집도 나오는 순간 바로 계약되기 일쑤다. 상일동 C공인 대표는 "재건축 진행이 비교적 늦은 고덕주공5~7단지에는 현재 전세물건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잠원동 J공인 대표도 "인근 5개 단지에서 전세는 겨우 2~3개밖에 없다"며 "반전세조차 전용 80㎡대는 20~30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잠원동은 당장 내년 2월에 이주가 예정된 가구 수만도 900여가구에 이른다.

결국 세입자들은 인근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뒤져봐야 할 처지지만 주택가라고 해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다가구·다세대주택 역시 기존 임대차 수요만으로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개포동 단독택지 H공인 대표는 "학기 말 이사철이 다가와 현재도 전셋집은 거의 없다시피한다"며 "보증부 월셋집은 조금 있으나 월세 전환율이 7~12%에 달해 비용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옮겨 월세 부담 증가를 고스란히 떠안거나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강남권 거주자들은 기존 지역에 머무르려는 성향이 강하나 집세 부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세난은 더 가중될 전망=재건축 이주 수요로 내년 초부터 한층 거세질 전월세난은 내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이주 예정 단지가 올해보다 대폭 늘어나는 데 반해 서울 지역 입주물량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 서울 전체에서 5만3,000가구가 멸실되는 반면 공급은 4만1,000가구에 그쳐 1만2,000가구의 주택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강남4구(강남·송파·서초·강동)는 멸실이 공급보다 1만6,000가구나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서울 전세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홀수 해 효과도 전세시장의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짝수 해인 2012년 2.21% 오른 데 비해 홀수 해인 2013년에는 8.97% 상승했다. 이어 다시 짝수 해인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월 말 현재 4.42% 올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이어서 강남권 재건축 이주로 인한 전월세난 우려가 더욱 커진 상태"라며 "최근 정부는 재건축 활성화에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동시에 재건축 세입자 보호 및 주변 전세난 완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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