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결산] 선진-신흥국 갈등 조율·해법 제시… 박근혜 대통령 빛난 '징검다리 리더십'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 조정해야" 촉구
공동선언문에 반영… 신흥국 우회 지원
글로벌 경제 어젠다·실천 플랜도 내놔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 양자회담 통해 외교위상 업그레이드

박근혜 대통령은 다자외교 데뷔무대였던 이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두 차례의 토론을 통해 언급한 ▦선진국의 신중한 출구전략 ▦신흥국의 거시건전성 조치 ▦지역금융안전망(RFA) 강화 ▦중기 재정건전화와 조세정의 등의 경제 어젠다는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러시아ㆍ독일ㆍ이탈리아ㆍ카자흐스탄 정상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는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상 구상에 대한 지지를 얻는 등 우리의 외교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진면목을 보여줬다.

◇G20에서 빛난 글로벌 리더십=G20 회의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으로 특정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기능과 역할이 축소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도출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행동계획’을 마련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뻔했던 G20 회의가 다시 옛날의 명성과 권위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G20의 이 같은 위상변화에는 박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 설정과 실천플랜 제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출구전략에 대해 “선진국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국제금융시장ㆍ신흥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감안해 신중하게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는 공동선언문에 거의 원형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 등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무계획적으로 이뤄질 경우 신흥국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신흥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지원해준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보호주의 동결서약(standstill)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징검다리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 정상들은 G20 회의 내내 보호주의 동결 기간을 연장하는 데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은 무역자유화를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동선언문은 G20 보호주의 동결서약을 오는 2016년까지 연장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한 보호주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번 G20 회의 공동선언문에 그대로 포함된 것이 많다”면서 “이는 앞으로 G20을 비롯해 국제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정치ㆍ안보 면에 치중했다면 박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를 통해 글로벌 경제 어젠다를 선점하고 대안과 해법까지 제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업그레이드된 외교위상=박 대통령은 이틀간의 빠듯한 일정과 연이은 토론회 참석에도 불구하고 4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는 등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우리 외교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유라시아 협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아태 지역 중시 정책이 서로 조화가 잘 되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박 대통령은 남은 5년 동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보자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경제협력 강화 부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나 양해각서(MOU) 체결은 없었지만 11월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남북러 3각 협력 ▦러시아 극동 진출 ▦북극항로 및 항만 ▦사증면제협정 등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다.

윤 장관은 “10월에 유라시아 협력 콘퍼런스가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를 추진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 러시아 측에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협력 분야는 푸틴 대통령이 한국과의 경협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회담 과정에서 표명했다”고 전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는 자원외교에 대한 많은 얘기가 오갔다. 박 대통령은 발하슈 석탄화력발전소, 잠빌 해상광구 석유탐사, 아티라우 석유화학 건설 등에서 양국 간 경협이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했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 국제화 사업에 이탈리아 기업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섬유ㆍ직물산업, 디자인ㆍ패션 등 창조경제, 중소기업 협력, 2014년 ASEM 정상회의, 2015년 밀라노 박람회 등 상호 공동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대해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기를 희망하는 정상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부족해 4명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G20 정상회의와 양자회담은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세일즈 외교, 자원외교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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