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 출현, IMF 이후엔 주거용 '진화' 0.5평 쪽방서 4평 원룸텔 등 다양…화재에 취약 `벌집시설'
입력 2006.07.20 11:02:15수정
2006.07.20 11:02:15
`고시원이 학습 공간에서 벗어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한국고시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고시원은 3천여 곳에 이르며 이중 3분의 1은 싼값에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방출신 자취생이나 취업준비생, 일용직 노동자의 주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시원의 월세는 최하 20만원대로 여러 주거 형태 중 가장 싼 편이다. 여기에 보증금이나 전기세.수도세 등 추가비용 부담도 없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기 때문에 고시원은 70년대 산업화 시대 가장 싼 주거공간이던 `쪽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9일 화재로 8명의 사망자를 낸 나우고시텔도 대부분 거주자들이 고시생이 아니라 20대의 지방 출신 자취생이나 신천역 주변 유흥가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들이었으며 공사장에서 일하는 40대 이상 일용직 근로자도 많았다.
서울에 고시원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을 중심으로 생겨나던 고시원은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른 대학가 주변과 고시학원, 입시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역 인근 등지로 퍼져나갔다.
고시생들의 공부장소로 운영되던 고시원이 주거지로 변형된 것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찾아온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서민들은 싼 값의 주거지를 찾아 고시원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지하철 역 인근과 주택가 등 다양한 곳에서 고시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고시원이 학습 공간에서 주거지 형태로 변형되면서 고시원의 시설 수준도 가격대에 따라 천차만별이됐다.
0.5평 남짓의 방에 대각선으로 누워서 잠을 자야하는 초소형의 저가 고시원이 있는가 하면 4평 안팎의 비교적 넓은 공간에 방음과 냉.난방 시설까지 갖춰진 40만원대의 `원룸텔'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한결같은 공통점은 화장실.욕실과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것. 여기에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은 많은 방들로 인해 통로가 좁고 길게 늘어져 있어 화재가발생하면 대피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고시원이 이렇게 화재에 취약하면서도 당국의 관리감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별도의 허가등록 과정 없이 신고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자유업종이기 때문이다.
고시원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2004년 고시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소방.방화 시설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소방법을 개정, 올해 5월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업소들의 반발로 내년 5월까지 유예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고시원은 취사도구를 쓰지 않기 때문에 다중주택으로 볼 수도 없고 고시원 자체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없어 신고도 사무실에서 독서실까지 다양하게 돼 있다"며 "여기에 개정 소방법 유예기간이 1년 더 늘어나 현재로서는 법률로 단속하기 애매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