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차질예고

HSBC "재판 길어질라" 속앓이
감독당국, 판결전엔 외환은행 인수 승인 않기로
내달 1일 1심…"새 정부 조기해결에 큰 기대"


HSBC '외환은행 인수' 차질예고 론스타 회장 조사 길어지고 재판도 장기화 가능성내달 1일 1심 판결 촉각…새정부 조기해결 기대도 문승관 기자 skmoon@sed.co.kr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국내에 입국한 후 일주일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아직 이렇다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판이 길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HSBC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게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 17일 주가조작 의혹 재판과 관련해 입국한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에 대한 출국정지 기간을 열흘 연장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매일 검찰에 출석해 오전9시부터 오후9시까지 12시간씩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23일 "10일 동안 그레이켄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며 "조사할 만큼 했지만 그레이켄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추후 2차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검찰이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결정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내우외환' 겪는 HSBC=재판이 장기화되면 HSBC의 한국시장 전략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HSBC는 1998년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데다 외환은행 인수마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HSBC가 그룹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 후 장기적인 경영전략까지 세웠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 재판이 장기화되는 것은 HSBC가 결코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HSBC는 안으로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HSBC 노조가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면서 길거리 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어 노사 간 '기(氣) 싸움'이 한창이다. ◇2월1일 '운명의 날' 될까=HSBC는 오는 2월1일 열릴 재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1심 판결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 여부가 판가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HSBC는 일단 '일단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론스타의 유죄를 인정한다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 경우 론스타는 6개월 이내에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데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HSBC로서는 그다지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무죄로 결론이 나면 2003년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에 대한 재판으로 넘어간다. 금융감독당국은 법원의 판결이 나야 외환은행 매각 승인건을 심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항소가 이어질 경우 재판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에 기대 거는 HSBC=HSBC는 새 정부 출범에 큰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론스타 문제를 조기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이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은 HSBC의 아시아태평양 회장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유리한 여건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수 시나리오를 마련했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문제를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8/01/23 17:12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