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雲짙은 이라크 현지모습 담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걸프만의 긴장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적인 대량 살상무기와 군 병력이 이미 이라크 주변을 포진한 가운데 국내 제작진의 시각으로 이라크 상황을 분석한 현지 기록이 26일 전파를 탈 예정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SBS는 26일 오후11시5분 `긴급 르포-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를 편성한다. 제작진은 국내 방송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12월부터 한달 반 가량 이라크에 머물며 전쟁이 임박한 땅의 오늘을 화면에 담아냈다. 취재진은 이라크의 전형적인 서민 가족 무스타파네 집을 찾아 이들의 일상과 전쟁을 대비하는 모습 등을 카메라에 옮겼다. 계속되는 경제 제재 등으로 이라크의 복지 및 교육 정책은 이미 무너진 상태.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학교로 가 하는 일 없이 돌아온다. 30대 이하 세대에게는 교육이 제대로 실시될 수 없었다는 게 제작진의 진단이다. 한편 이라크 정부는 전쟁에 대비해 두 달치 배급을 완료한 상태다. 주민들은 식량을 숨기고 소형 발전기 등을 구입하며 현금이 있으면 금으로 바꾸어 숨긴다. 엄청난 숫자의 이라크 젊은이들은 또 결혼식 치르기에 바쁘다. 바그다드에서 활동 중인 유엔 사찰단의 모습과 이라크 국민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사담 후세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등도 함께 담긴다. 이외에도 경제제재를 피해 요르단 등으로 대피한 이라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폭풍 전야`의 상황에는 공포 정치의 일면도 보인다. 비밀 공안요원이 거리를 활보하는 가운데 실종되는 시민 수만도 한해 10만여 명에 달한다는 설명. 그런가 하면 부수상 아지즈는 `미국이 공격하면 여고생들과 아이들까지 거리에서 총을 들고 싸우겠다`고 답한다. 미국은 `전쟁`을 무기로 이라크의 무장 해제와 사담 후세인의 퇴진,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토록 제거하고 싶어하는 후세인이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키워온 인물이라는 점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적대-우호관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 미국과 이라크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조명된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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