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는 범국가차원에서 미래성장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첨단바이오 기업이 들어선 바이오폴리스(위로부터)와 바이오기업의 화려한 위용,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사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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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후 몰락할 사회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면 싱가포르를 선택하라.”
지난 2001년 12월 바이오폴리스(Biopolis) 준공식에서 토니 탄 싱가포르 부총리 겸 국토안전부 장관이 커다란 희망과 기대를 담아 세계무대에 던진 몹시 도전적인 표현이다.
당시 싱가포르는 중국의 거센 위세로 전형적인 ‘정체의 덫’에 걸려있었다. 각국의 언론들은 바이오에 주목해 국력을 집중시켰던 싱가포르의 선택을 놓고 “미국, 유럽 등 거대 국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겠냐”고 고개를 갸우뚱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05년 12월. 싱가포르는 보란 듯이 성공을 거뒀다. 한발 더 나가 싱가포르는 ‘적도의 진주’라고 불리는 입지를 살린 엔터테인먼트까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또 한번의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R&D도시 싱가포르=‘원노스 프로젝트’는 싱가포르를 R&D(연구개발) 도시로 바꾸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0년까지 세계적인 바이오기업 15개를 유치와 동시에 기술력을 가진 각국의 바이오벤처기업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기술만 있다면 국적ㆍ기업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1월 바이오폴리스에 입주한 파마코디자인의 조은진 대표는 “바이오폴리스에선 기술력만으로 평가를 받고 세계적인 제약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함께 연구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회사 외형 때문에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바이오허브를 구축하는 데 있어 싱가포르과학연구청(ASTAR)은 외국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세계 최초의 복제양 ‘둘리’를 연구한 영국의 앨런 콜먼 박사, 기적의 항암제인 글리벡을 만든 알렉스 마터 박사 등 스타급 생명과학자들이 싱가포르에 기반을 잡았다.
싱가포르는 10년동안 1,000명의 내국인 생명과학 박사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재를 불러 비즈니스를 하고 싱가포르 인재를 키워 바이오허브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필립 여 싱가포르경제개발국의장 및 과학기술연구청 의장은 “5~7년이면 외국인 박사의 기능이 끝나는 만큼 그 동안 우리는 빌려온 인재로 우리의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조이 싱가포르=싱가포르 서남부가 바이오허브로 개발된다면 동남부와 센토사섬은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개발되고 있다. 거리에 침만 뱉어도 벌금을 내는 도덕률을 바탕으로 지탱해온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바이오와 함께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싱가포르의 카지노는 2가지 유형으로 건설되고 있다. 센토사섬에 건설되는 카지노는 1,500실 규모의 대형 호텔과 쇼핑센터, 컨벤션홀 등의 대형 테마파크형. 시내 중심 썬텍 타워 앞쪽 마리나지역에 들어서는 카지노와 골프장은 비즈니스 휴양시설이다.
일(Work)ㆍ생활(Live)ㆍ놀이(Play)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현재 겐팅 인터내녀날, 헤라스엔터테인먼트, 라스베가스 샌즈, MGM미라지, 퍼브리싱&브로드캐스팅 등 5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곧 2개업체가 선정돼 이르면 2009년초 카지노가 오픈 될 예정이다.
유교적 전통을 고집한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리센룽 수상은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거부할 여유가 있는가?”라는 말로 이에 대한 답을 한다. 싱가포르는 95년 70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기록한 후 계속 수입이 줄고 있다.
인근 국가들과 경쟁에서 밀리며 관광객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 특성상 원정카지노로 빠져 나가는 돈이 매년 12억 달러에 달한다.
전ㆍ현직 총리의 고민끝에 나온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는 30억달러가 투입되며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싱가포르 전체 고용인력이 270만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욕심나는 사업이다. 여기다 국내총생산(GDP)이 9억달러 늘어나며 성장률이 0.8%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은 “도박이 중국인을 나태하게 한다”고 말했던 리콴유 전 수상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싱가포르 혁신의 상징인 카지노. 40년 중년을 맞았지만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실용주의와 합리주의가 싱가포르를 신성장 국가로 만들고 있다.
/특별취재팀=이규진(팀장)·김현수·김홍일·민병권·김상용 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