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간의 치열한 대출경쟁을 안정화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올해들어 자산확대경쟁이 심화하면서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대출상품에서는 역마진마저 우려됨에 따라 전반적인 경쟁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포함해 은행 영업분야별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가격경쟁이 은행들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 방침이다.
금감원이 이처럼 대출경쟁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과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각각 2조1,343억원, 3조1,966억원이 늘어나자 담보인정비율(LTV)를 낮추는 대책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8.31부동산대책 후속 담보대출 규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이후 둔화추세를 보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올들어 지난 1월 3,000억원이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월들어 6,000억원으로 커졌다. 여기에 생애 최초대출의 금리 인상과 가격 조건이 강화되면서 3월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수도권 매매 및 전세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높아진 것도 감독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경쟁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서 뒤졌던 주택담보대출을 대체하는 신상품 ‘KB스타모기지론Ⅱ’ 출시를 통해 기본금리에서 0.9%포인트를 우대해 5.38%의 금리를 제공하며 공세를 취했다. 이에 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15일 ‘신한장기모기지론 세븐 우대 서비스’를 통해 최고 1.2%를 감면하는 금리 인하를 단행, 4%대 대출금리 시대를 열었다.
2월 들어 우리은행은 지난 2월2일부터 ‘아파트파워론Ⅱ’를 발매하면서 기준금리(3개월 CD금리)에 1.2%포인트를 더했던 가산금리를 0.6%포인트로 낮췄다. 여기에 3자녀 이상 가족에 대해 0.5%포인트 추가인하 등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4.87%의 최저금리를 제공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국민은행도 이에 맞서 지난 주 KB스타클럽 고객(0.3%포인트)과 헌혈ㆍ장기기증 등록 고객(0.2%포인트)에 대해 추가금리 인하를 적용해 최저금리가 4.88%인 상품을 다시 내놓았다. 실제로 이 같은 경쟁의 영향으로 지난 12월21일부터 14일까지 국민은행이 판매한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9,096억원을 달했다.
은행권이 담보대출 금리 인하경쟁을 벌이는 동안에 시중 실세금리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3.51%에 달했던 CD연동금리는 지난해 말 4.04%로 4%를 넘어선데 이어 3월말에는 4.27%로 급등한 바 있다.
금감원도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은행권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달 내로 은행들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금리 수준과 가산금리 산정 등을분석해 공정한 은행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