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환경사업 비리 도 넘었다

폐수처리 관로 부당설치·방치… 하수시설 국고보조금 추가 수령 …
환경부, 지난해 313억 부당집행 적발… 징계·경고


대전시는 대덕폐수종말처리시설로 유입되는 A업체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기준을 자꾸 초과하자 A업체의 폐수를 인근 다른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 위해 14억7,600만원을 들여 1.7km 길이의 이송관로를 설치했다. A업체의 폐수를 옮기지 않으면 폐수종말처리장의 수질 기준치가 초과돼 수 천만원 상당의 배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하수처리장으로 폐수를 보내기 위해서는 A업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A업체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대전시가 A업체와 사전 협의 없이 관로를 설치해 비용만 낭비했고, 관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공주시는 보금자리주택 조성사업을 통해 건설사업자들로부터 원인자부담금을 징수했다. 공주시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만드는데 이 원인자부담금을 사용하고, 모자라는 예산을 국고보조금으로 신청해야 했다. 하지만 공주시는 원인자부담금을 일반회계로 분류해 써버린 뒤, 하수처리시설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타냈다. 공주시가 부풀려 받아낸 금액은 49억6,000만원에 달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한 결과, 환경부문 12개 국고보조금 대상사업에서 313억원의 보조금이 부당하게 집행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5일 밝혔다. 국고보조금 부당 집행액수가 지난 2013년 69억원에서 354%나 증가한 것이다.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해 부산시 등 8개 지자체에서 187억7,700만원을 부당 수령했고, 폐기물처리시설설치에서는 아산시 등 3개 지자체에서 113억5,800만원을 부풀려 받아냈다. 또 생태하천 복원사업 등을 이유로 부산시가 11억8,900만원을 부당하게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낭비 외에 수질 자동측정기기(TMS) 조작, 하수슬러지처리시설 부당 준공, 공공하수처리장 하수 무단방류 등 지자체가 환경오염을 방조하거나 악화시킨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대전시는 방류수 수질이 기준을 계속 초과하자 수질 자동측정기기의 전압값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다 이번에 적발됐다. 부산시 역시 하수처리수의 수질기준이 초과하지 않도록 수시로 자동측정기기의 수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계룡시는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하수슬러지처리시설의 성능보증조건에 하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준공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설비로 준공 이후 가동률이 13% 수준에 불과하자 처리시설을 외부로 위탁해 처리하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보령시는 공공하수처리장의 수문을 조작해 10개월간 미처리 하수 106만톤을 무단 방류하다 적발됐다.

환경부는 부당수령한 국고보조금을 환수조치하고 적발된 지자체에 징계·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수질 자동측정기기 조작과 관련해선 담당자를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했다.

이경용 환경부 감사관은 "사업비 부풀리기,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등 국고를 낭비하는 요인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