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뻥튀기 에너지 자주개발률 거품 빼라

우리나라 공∙사기업들이 해외 각 지역에서 직간접 비용을 투자해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지만 이중 상당 부분은 원천적으로 국내 도입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발표하는 에너지 자주개발률에는 이런 물량까지 포함돼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감사원이 발표한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감사실태 보고서를 보면 우리 기업들이 단독 또는 공동 개발권을 가진 해외광구에서 생산하는 석유와 가스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내 도입 실적은 전무하다. 더욱이 국내 도입이 절대적으로 금지돼 있는 계약관계도 상당수 있다.

기업의 해외 에너지 개발과 정부 지원에 박수를 보내온 국민들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래 언젠가는 우리의 넉넉한 자주개발률이 가격안정과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를 깨뜨리는 것이다.

해외광구 생산물량을 무조건 국내에 들여올 이유는 없다. 생산물량이 적거나 아프리카ㆍ남미 같은 원거리인 경우 운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런 때는 현지 생산물량을 제3자에게 넘기고 그 대신 다른 물량을 받아 국내에 도입하는 스와프 형태가 유리할 것이다. 또 생산 현물을 팔아 현찰화해서 그 대금으로 국내에 필요한 물량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도입 물량이 단 1건도 없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국내에 들여오지도 못하는 물량까지 자주개발률에 포함시키고 있다니 무엇을 위한 자주개발인지 알 수 없다. 관련 공기업 평가, 예산배정, 인센티브, 고위직 인사에 자주개발률이 주요 잣대로 쓰이고 있다. 해당 기업으로서는 국내 도입의 유용성은 차후의 문제이고 우선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주개발률 계산방식을 바꿔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국내 도입이 불가능하게 돼 있는 계약물량은 무조건 제외해야 한다. 비상시에도 들여올 수 없다면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소규모 지분투자로 현물 배정을 받지 못하는 계약물량도 제외하는 것이 옳다. 자주개발률을 그 의미에 맞게 계산하면 실제 수치는 지금의 절반 아래일 것이다. 한참 뻥 튀겨진 자주개발률의 거품을 제거해야 정책이 바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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