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달러의 덫'에 빠졌다"

달러 팔수도 다른 투자처 찾을수도 없어
가치 하락 우려에도 불구 美국채 사들여


중국이 ‘달러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고위관료들은 달러화의 안정성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 같은 인식 아래서도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 국채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익명의 서방 관료들은 “중국의 보유 외환이 엄청난 탓에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내다팔면 보유외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미 국채 외의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고 해도 막상 해당 시장을 교란할 수 있어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월 142억달러의 미 국채를 매입한 데 이어 3월에도 237억달러를 쏟아부어 현재 미 국채 보유액이 7,68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전체 보유외환은 1조9,530억달러이며 이중 70%가 달러화 자산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최근 보유외환 다변화를 위해 금 및 전세계 국영기업 지분을 사들이고 있지만 눈에 띌 만한 규모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 국영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파산위기에 처한 후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미국의 장기 국채보다 단기 국채를 더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등이 달러화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환관리당국은 호주 달러화를 높게 평가하고 유로화는 큰 매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서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채권 매입을 경계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중국은 경기부양책 실시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 재정적자의 최대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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