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개 공공기관이 내년 579개 전일제(全日制) 고졸자 일자리를 줄여 1,027명의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를 뽑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100명의 경력직 여성을 뽑는 기업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간제 청년 신입사원만 채용하는 수준이다. 연봉이 전일제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고 허드렛일을 하는 질 나쁜 청년 일자리만 쏟아지게 생겼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등을 위한 '양질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당초 목적은 온데간데 없다. 정부의 할당량만 채우려는 꼼수가 난무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에 필요한 새 일자리 238만개 가운데 93만개를 시간제에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그 시험대이자 기업에 보여줄 벤치마킹 모델이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그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지 못한 채 머릿수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첫 단추도 제대로 못 끼우면서 기업에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라고 독려한다면 낯두꺼운 일이다. 최우선 국정과제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그렇잖아도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우리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장근로를 마다하지 않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넘쳐나고 기업들의 경영실적도 좋지 않은데 엄청난 비용부담을 떠안으면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오래 갈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열린 고용'을 내걸며 고졸자 채용에 드라이브를 걸자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00명이 넘는 고졸자를 뽑은 공공기관들이 내년 채용규모를 23% 줄인 게 단적인 예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밀한 직무분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공공ㆍ민간 부문에 연착륙할 수 있게 관련 법령과 제도상의 걸림돌도 없애야 한다. 특히 경영효율과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돼야 노동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