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식' 의원 입법 발의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종의 사전 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4일 나왔다. 실적 쌓기용으로 발의 건수에만 신경 쓰다 보니 질 좋지 않은 법안이 쏟아지고 결국 이에 따른 사회 비용만 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규제학회는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의원입법과 규제 영향분석' 세미나를 열어 입법 절차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부실 법안' '졸속 법안'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법안 가결률이 낮아지는 것은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며 "입법 과정에서의 비합리ㆍ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의원 입법 절차에 규제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법안의 경우 국회 제출 전 부처 간 조율이나 사전영향평가,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의한 사전 심사가 이뤄지는 반면 의원 입법 발의는 이 같은 검증 절차가 없다. 여기에 "법안 제출을 많이 할수록 의정 활동을 잘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내고 보자' 식 의원 입법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6대 국회 당시 1,912건에 불과했던 의원 발의 건수는 17대 6,387건, 18대 1만2,220건 등으로 폭증하고 있다. 임기의 1/4를 보낸 19대 국회에서도 벌써 5,256개의 의원 발의 법안이 나왔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혜 관계자, 특히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의 동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법안은 집행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 교수는 "의원 발의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법률안을 사전 심사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원 입법 절차에 규제심사제를 도입해 규제영향분석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