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강도 대책에 자민당등 반발 거세일본 경제의 최대 현안인 부실채권 처리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 공적자금의 보통주 전환 ▲ 은행 경영진 퇴진 ▲ 자산 산정방식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일본 정부의 부실채권 처리 방안에 대한 저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 영향 받아 23일 닛케이지수가 장 중 한 때 8,500선을 밑도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청 장관 겸 경제재정성 장관은 이날 발표키로 했던 부실채권 처리 대책을 이 달 말로 연기시켰다.
▶ 고강도 대책에 대한 저항 잇따라
부실채권 처리 대책이 이 달 말로 연기된 직접적 요인은 여당인 자민당의 반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민당은 그 동안에도 정부의 부실채권 처리가 강행될 경우 일부 은행은 물론 채무가 과다한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는데, 다케나카 장관이 속전속결형의 고강도 대책을 들고 나오자 "정부 대책이 너무 과격하다", "디플레이션 대책부터 마련하라"며 본격적인 발목 잡기에 나선 것.
일부에서는 자민당의 반발이 이 달 말 치뤄질 보선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해법 모색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민당 의원들 중 누구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연쇄 기업도산 사태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이와 관련, 미국은 이틀 전 도쿄에서 열린 미ㆍ일 재무금융회의를 통해 일본의 조속한 부실채권 처리를 지지하는 등 힘을 실어주었지만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분란만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 은행 경영진 등 대규모 실업 불가피
자민당의 반기로 부실채권 처리 대책이 잠시 연기됐지만 당초의 방안이 시행될 경우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금융청은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은행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를 퇴직금 없이 전원 경질 하되 연말까지 자진 퇴임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정부는 자산 산정과 자기자본 체크도 강화토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은행 경영진은 사실상 권고사직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52조엔에 달하는 부실채권 처리가 시행될 경우 6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반발 배경에는 이 같은 점도 작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발목잡기가 지속될 경우 당초의 금융개혁 플랜이 궤도를 벗어나는 등 고이즈미 경제정책 자체가 총체적으로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자 부실채권 처리 대책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