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

리도우 아이서플라이 CEO "투자부진 등 원인" 진단
"정부-기업 대화로 과감한 투자환경 조성 필요"
"한국내 反외자정서 없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데릭 리도우(Derek Lidow) CEO(최고경영자)는 24일 한국 IT(정보기술)산업이 세계시장에서경쟁국들에게 밀리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디지털포럼 행사 참석차 방한한 리도우 CEO는 이날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LCD, LCD TV, 모니터, 휴대전화 등 여러 시장에서대만ㆍ중국, 북미, 유럽 등의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CD의 경우 작년 내내 한국이 대만에게 시장을 잠식당해 세계 시장점유율1위를 내준데 이어 투자계획을 근거로 예측한 결과 내년에도 1위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리도우 CEO는 전망했다. 급성장중인 LCD TV 시장에서도 2004년 대만ㆍ중국이 한국을 제친데 이어 작년에도 격차가 더 커졌으며 모니터 시장에서도 꾸준히 점유율을 대만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리도우 CEO는 밝혔다. 한국 IT산업을 대표하는 분야인 휴대전화에서도 노키아, 모토로라 등 북미, 유럽 업체들이 다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작년 이후 시장점유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리도우는 지적했다. 특히 생산 플랫폼과 마케팅 경쟁력을 살펴보면 제품 플랫폼 하나당 노키아, 모토로라가 2004년 약 2억달러, 작년 5억달러의 매출액을 낸 반면 한국 휴대전화 1, 2위 업체의 경우 2004년 4천만달러, 작년 1억달러 매출액에 그쳐 효율성 격차가 더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리도우 CEO는 "한국 업체들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고, 수익구조도 탄탄하나 여러 지역, 분야에서의 경쟁자 압박에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이 투자와 마케팅 역량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추세를 돌이키려면 위험성이 높더라도 왕성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산업간의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며 신생 기업, 고성장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펀드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 IT업체들은 90년대 말부터 2004년까지 과감한 투자와 운영 효율성 제고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냈으며 현재도 비용과 생산성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추세를 역전시키기에 늦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리도우 CEO는 진단했다. 또 최근 수년 간 한국 정부가 IT산업에 유리한 조세ㆍ금리ㆍ보조금 정책을 통해앞선 IT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향후 5년간 외국이 가질 수 없는 IT 인프라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기반으로 새 제품과 콘텐츠, 사업모델을 적극 개발하고 이후에 외국에서 인프라가구축될 때 뛰어들면 아주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도우 CEO는 "IT 제품 소비자들의 구매 기술이 향상되면서 아무리 패셔너블한 새 브랜드도 가격이 내릴 때까지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휴대전화 대당 가격이 지난 반년간 계속 떨어진 것은 그 징후"라고 밝혔다. 또 "현재 세계 IT 하드웨어 시장은 1조3천억달러, 콘텐츠 시장은 4천억달러 규모이나 향후 5년 안에 1대 1 비율로 바뀔 것"이라며 "이제 콘텐츠가 떠오르는 기회이며 하드웨어는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일용품(commodity)으로 바뀔 것"이라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한국내 반 외국자본 정서가 외국기업 투자를 막고 있다'는 존 그레이켄론스타 회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 제품이건 좋은 제품은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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