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동평씨의 에세이집「멈춰진 시계」에 실린 시「소」의 한 구절이다.저자는 성(性)·종교·삶이라는 큰 주제로 어떻게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마치 난롯가에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듯 편안하고 다정한 어조에서는 그의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
예수님과 부처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종교인들을 비판하고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에게는 성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건강한 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는 동성애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경험을 담은 만큼 그가 지나온 길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부장대리로 근무하던 한일은행을 그만 둘 때의 나이는 30세. 3,000달러를 들고 훌쩍 미국으로 건너가 30대를 넘기기 전 몬트레이에 3개의 호텔 체인점을 만들 정도로 사업에 재주를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화가로 변신한게 37세. 정식 화가 수업은 받지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등에서 여섯 차례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소를 즐겨 그렸다.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가는 소의 심성이 그의 상념에서 떠나지 않은 탓이었다. 이때문인지 이제 김동평씨는 소가 되려고 한다.
저자는 마치 소가 풀을 되새김질하듯 자신의 지나온 삶을 여과시키고 빻아서 모든 이에게 마음의 양식을 선사하고 있다. 무언가 다른 사람을 위한 미덕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 탓이었다. 도서출판 웃는 소 펴냄.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