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가혹행위와 구타를 원천봉쇄할 대안으로 '군 리셋(reset)'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문제해결이 어려운 컴퓨터를 껐다 켜듯이 군 생활을 원점으로 돌려 사고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군 리셋 제도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 장성부터 장기복무 대위 이상 장교들이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경우 이등병 강등 후 강제 전역과 연금혜택 박탈, 방산업체와 공무원 취업 금지 등을 적용한다. 부사관이라면 부사관학교 재입교 후 하사부터 다시 시작한다. 연금수령 조건을 충족한 부사관에게는 이등병 강등 후 강제 전역, 연금 박탈 처분이 내려진다. 사고 낸 일반병사는 훈련소를 거쳐 이등병부터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 간부에게도 잔혹하지만 '제대 특명 날짜' 하루에도 온 신경을 다 쓰는 병사들에게 리셋은 어떤 형벌보다도 무겁다.
고위장교들은 이런 방안에 대해 하나같이 '심하다' '초법적이며 위헌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반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정치·사회 각 방면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임병도(블로거명 아임피터)씨는 "육군참모총장이 사고 반복 부대를 해체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군의 개혁의지가 확고하다면 못할 것도 없다"며 "군 전력 유지를 위해서도 부대 해체보다는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군 지휘관들의 과도한 감경권(형량을 줄여줄 수 있는 권한) 남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론도 없지 않다. 후임 병사가 선임에게 대놓고 대들거나 사고를 일으키도록 획책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부대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어도 별다른 예산투입 없이 병영문화 혁신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학군(ROTC) 장교로 근무했던 회사원 K(41)씨는 "의지를 갖고 군 형법을 보완하면 시행 가능하다고 본다"며 "미국을 비롯해 직업군인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들은 가혹한 감봉제도로 군 간부들에 대해 엄격한 지휘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