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을지로 입구역과 시청역을 잇는 지하보도 안에는 발을 디디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이 있다. 이건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장치일까. 답은 틀렸다. 계단을 싫어하고 엘리베이터만 찾는 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똑똑한 유인책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빠와 자녀 간 세대갈등을 풀기 위해 '넛지(nudge·팔꿈치로 쿡 찌르다)'를 해법으로 설파했다. 2009년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책에서 유명해진 넛지 이론은 인간 행동을 이해한 부드러운 유인책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실제적인 사례를 제시해 인기를 끌었다.
전기 절약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끄는 것보다 계단을 피아노로 만들면 사람들이 저절로 계단을 찾게 되는 게 '넛지 식 해법'. 김 장관은 강연 내내 인간관계의 하나인 세대갈등 역시 똑똑한 한 끝 차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사로잡혀 아들에게 대화를 강요하는 아버지는 아들의 '몰라'라는 단답형 대답에 좌절할 수 있다. 김 장관 부부도 둘째 아이를 마흔 넘어 낳았기 때문에 세대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대화부터 시도하기보다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이나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활용하라"고 추천했다. 가정의 날은 일주일에 하루라도 정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자는 정책이다. 아직은 주요 공기업이나 대기업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일반 기업도 폭탄주 회식문화를 줄이면 못할 게 없다고 김 장관은 지적했다. 김 장관은 "회사에 자녀를 불러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면 추가 비용 없이 세대갈등을 해소하고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관이나 공연·전시·문화재 관람료가 무료인 '문화가 있는 수요일'도 세대갈등을 녹이는 방법 중 하나다. 가족 간 가벼운 저녁식사나 공연관람으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일어나고 세대갈등도 풀어질 수 있다는 게 김 장관이 제안하는 '넛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