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국감, 이제는 달라져야] <상> '튀어야 사는' 국감 지양하자

보여주기·관심끌기에만 급급… 내용 부실 '맹탕 국감' 되풀이
뉴트리아·로봇물고기·불쇼…
국감 주인공 되기 퍼포먼스 집중… 총선 앞둬 올해도 이벤트장 예상

2010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이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 불을 키운 알루미늄 패널의 연소실험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다음달 초부터 시작해 추석 전에 끝내기로 국감일정에 잠정 합의한 상태로 일찌감치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국감 준비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국감의 본질은 헌법 61조에 명시된 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것이다. 행정부 등 피감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주인공이 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로 정치권에 입성한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괴물 쥐 '뉴트리아'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뉴트리아를 직접 가져온 김 의원은 하루 종일 인터넷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정작 국감은 파행을 거듭하면서 뉴트리아는 끝내 국감장에 오르지도 못했고 보좌진은 뉴트리아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느라 애를 먹었다.

같은 당의 배덕광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로봇물고기'를 들고 나와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당시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밀렵 및 밀거래로 피해를 입는 야생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1,000만원짜리 구렁이를 유리상자에 담아와 시선을 끌었다.

국감장에서 위험한 시연을 선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0년 국감 당시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알루미늄 패널의 발화성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보호고글과 방화장갑을 착용하고 직접 패널에 불을 붙이는 '불쇼'를 벌였다. 2009년 국감 때는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이 밀렵도구인 '창애'의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를 넣고 단숨에 절단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의 공포를 자아냈다.

'튀어야 산다'는 인식은 커졌지만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채 갈수록 내용은 부실해지고 있다. 기존에 지적했던 것을 재탕·삼탕 우려먹거나 깊이는 없이 현안만 훑고 지나가는 수박 겉핥기식 질문도 허다하다. 의원들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피감기관 역시 요령만 늘어 국감만 잘 넘어가고 보자는 식이 되고 마는 '맹탕 국감'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올해 국감도 내년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의원들의 관심끌기가 예상되고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국감은) 의정활동의 바로미터이자 국회의 능력을 보여주는 현주소"라며 "총선을 앞두고 쇼나 이벤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설 국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효율적 국정감사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2015년도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발간했다. 자료집을 통해 이번 국감에서 점검이 필요한 분야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으로 나눠 635개 주제로 수록하며 충실한 국감이 될 수 있게끔 제시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는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을 평가한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 결과 평가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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