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유무역협정 첫걸음

■ 日·싱가포르 FTA 의미일본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아시아권 무역블록 형성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맹주로 군림하는 일본이 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는 싱가포르가 처음이며,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할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을 추가로 늘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미주 대륙 역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을 서두르고 있는 등 지역간 무역블록 형성이 대세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아시아권 무역블록 형성을 위한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륙별 무역블록 가시화=지난 4월말 캐나다 퀘벡에 모인 미주 대륙 34개국 정상들은 "FTAA를 창설, 21세기를 미주 대륙의 세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오는 2005년이면 8억 인구에 13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FTAA 창설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남미간 무역보다는 미국과 동북아시아의 무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최근 국제무역에서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은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인해 최근 지역간 무역블록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를 반증이나 하듯 EU는 최근 유로화에 기반을 둔 경제적 통합에 이어 유럽정부 건설이란 정치적 통합까지 논의 중에 있다. 특히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등 10여개 국가를 신규 회원으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 역시 지역간 무역블록 형성 흐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권 경제협력 강화 추세=아시아 국가들 역시 통화 협력에서부터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권 무역블록 형성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열린 아세안 경제장관회담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과 아시아 전체를 무역자유지대로 묶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9일부터 하와이에서 개최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서는 한ㆍ중ㆍ일을 축으로 하는 통화 스와프 협정 및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문제가 검토됐다. 특히 ADB 연차 총회에서는 아시아 지역 내 공동화폐를 도입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중국에 의한 아시아 경제 주도권 확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하고, 아시아 국가간 경제력 격차가 심해 아시아권 무역블록 형성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ㆍ중ㆍ일간 자유무역협정만 이뤄져도 각국의 수출이 10~20% 늘어나는 현실적 이익 외에 EU와 FTAA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도 아시아권 무역블록 형성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지역간 무역블록에 대한 우려 많아=한 때 경제학계에서는 지역간 무역협정이 세계적 자유무역에 도움이 된다는 일명 빌딩블록(Building-block) 이론이 유행했다. 보호무역으로 무장하고 있던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기구(NAFTA)에 가입하면서 불황 탈출은 물론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대표적 케이스. 그러나 이는 특별한 경우일 뿐 지역간 무역블록은 다자주의 시스템을 파괴해 지역간 무역분쟁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역간 무역블록 형성에도 불구하고 역내 선진국들은 여전히 자국의 이해 관철을 우선순위에 두는 등 차별적인 무역관행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최근의 지역간 무역협정은 결국 자유무역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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