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등 남유럽 5개국(PIIGS)이 올 한해에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만도 1,300억유로(약 1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세수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성장을 위한 투자와 양질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그만큼 떨어지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의 올해 이자비용이 최소 1,3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나머지 13개국의 이자부담액의 세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FT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래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은 줄었지만 부진한 경기회복과 지속되는 재정적자로 부채가 늘어난 탓에 이들 국가가 물어야 하는 이자부담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5개국의 이자부담액은 세수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나머지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치인 3.5%를 크게 웃돈다. 이러한 이자부담의 차이는 향후 5년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덧붙였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에브라힘 라바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부채 수준은 정치적인 문제"라면서 "이는 이들 국가의 경제가 추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자부담 증가는 이들 국가가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하거나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해 경제에 장기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올해 포르투갈이 상환해야 할 이자비용은 73억유로로 올 한해 교육예산을 웃도는 규모다.
바클레이스의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칼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을 위한 개혁과 부채삭감이라는 양면에서 극단적인 조치가 없다면 부채부담이 앞으로 수년간 이들 국가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